오늘따라 엄마 밥이 그리워요
오늘따라 엄마 밥이 그리워요
  • 박정우 기자
  • 승인 2012.09.22
  • 호수 13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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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하는 대학생은 무엇을 먹나
▲ 한 학생이 점심시간에 편의점 앞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알람 시계가 울리는 소리에 정현준<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과 09> 군은 정신을 차린다. 마침 그의 배에서도 소리가 들린다. 어젯밤에도 밤새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느라 밥을 못 먹은 까닭이다. 본 기자를 집 안으로 초대한 그는 좁은 바닥에 앉아 그릇에 밥을 푼다. 마음껏 먹으라는 그의 말과는 달리 반찬은 그제 먹었던 ‘3분 미트볼’과 김치뿐이다. 그의 하루는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밥과 허술한 반찬, 그럼에도 학교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씩씩하다.

“학교에 가면 편의점도 있고 학식도 있잖아요. 집에서 제가 해먹는 부실한 식사보다 그쪽이 몇 배는 더 좋아요”라고 말하는 정 군의 얼굴은 행복해 보인다.

수업이 끝났지만 점심은 거른다. 바로 다음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삼각김밥이라도 먹을 수 있는 평소에 비하면 오늘은 운이 나쁘다. 중·고등학생 당시 몸무게가 제법 나가던 정 군은 자취를 시작한 이후 체중이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만 해도 점심 걱정은 없었지만 지금 그는 하루하루가 배고프다.

저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저녁을 거른 채 바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진다. 가끔 좋은 안주가 나오는 날에 그는 쾌재를 부른다. 하지만 오늘은 라면과 매운 새우 과자가 전부다. 맥주 1잔을 마시며 아쉬움을 달랜다.

술자리를 파하고 그는 다시 스튜디오로 향한다. 아침에 씩씩하던 그의 발걸음이 이젠 한없이 무겁다. “건축학과는 다 좋은데 밤늦게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게 힘들어요. 작업이 끝날 때쯤이면 배가 고파지거든요.” 그는 스튜디오 근처의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를 집어든다. 작업실에서 라면으로 하루의 식사를 마감한다. 즉석 반찬, 삼각김밥, 술, 라면, 과자, 그의 식단은 이렇게 탄수화물과 나트륨이 과잉 함유돼 있다.

정 군이 평소에 섭취하는 필수 영양소 수치는 성인 남성의 필요 기준치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지방은 필요 기준치인 60g 중 고작 13.8g만을 섭취했고, 칼슘은 필요 기준치인 700mg에 한참 못 미치는 210mg만을 섭취했다. 심지어 과잉 섭취되면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나트륨은 기준치인 2000mg보다 훨씬 많은 약 3200mg을 섭취했다. 그의 식단이 모두 이미 완성된 제품으로 구성됐기에 그가 섭취한 영양소의 수치를 구하기도 쉬웠다.

정 군은 “영양소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지만, 부모님과 함께 살 때에 비해 식사가 부실한 것은 알고 있다”고 말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 외엔 딱히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스스로의 식단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인지함에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기에 자취생 영양 불균형의 악순환은 오늘도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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