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소래 漢마당] 두 개의 선에서 울리는 한국의 소리
[韓소래 漢마당] 두 개의 선에서 울리는 한국의 소리
  • 강지우 기자
  • 승인 2012.09.18
  • 호수 13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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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이 짐대에 올라서 해금을 켜는 것을 듣노라…” 고려가요 「청산별곡」 중

 

지하철 1~4호선을 타면 환승역마다 전통음악이 흘러나온다. 이 친숙한 음악의 주선율은 바로 ‘해금’이다. 한국의 바이올린으로 불리는 해금, 우리 민족의 한(恨)을 담은 듯 애절한 그 소리를 알아보자.

해금이 우리나라에 언제 어떻게 유입됐는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조선시대 음악 서적인 「악학궤범」에 따르면 해금은 6세기경 만주의 변방 민족인 해부족이 좋아하던 악기였다고 한다. 한편 고려시대 문헌인 「고려사」에서 최초로 해금이 등장한다. 따라서 해금은 고려시대에 들어와 널리 연주됐음을 추측할 수 있다.

해금의 생김새는 그 어떤 서양악기와도 닮지 않아 특이하다. 해금을 받치면서 소리를 울리게 하는 가장 아래의 둥근 통을 ‘공명통’이라 하는데 이는 단단한 나무로 만든다. 해금의 허리와도 같은 기둥은 ‘입죽’이다. 입죽은 대나무를 사용해 쇠로 만든 ‘주철’로 울림통과 연결돼 있다. 또 공명통의 아래에서 주철을 지지하는 부분을 ‘감잡이’라고 한다. 해금의 현은 명주실을 꼬아 만든 두 개의 줄인데 안쪽의 낮은 소리를 내는 ‘중현’과 바깥쪽의 높은 소리를 내는 ‘유현’이 있다. 입죽 윗부분에 있는 줄감개는 ‘주아’이다. 해금은 현이 두 개뿐이기에 주아도 두 개다. 이 때 현은 주아와 감잡이에 연결돼 있다. 주아에 연결된 두 현을 다시 다른 줄로 주아와 묶어주는 데 이 줄을 ‘산성’이라고 한다. 산성은 가죽이나 비단실로 꼰 줄을 이용한다. 또 두 개의 현을 받치고 있는 나무 조각이 있는데 이것은 ‘원산’이다. 원산은 현이 울리는 소리를 공명통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원산의 울림을 받는 부분이 ‘복판’이다. 복판은 현악기의 앞면 판을 말하는데 해금은 공명통의 앞부분에 복판이 있으며 뒷부분은 울림이 퍼지도록 뚫려 있다. 이렇게 해금의 본체가 구성돼 있고 소리를 내기 위한 ‘활대’가 있다. 해금의 활대는 다른 악기와 다르게 본체에 연결돼 있다. 즉 두 현의 사이에 활대의 일부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활대는 대나무로, 현의 사이에 들어가 있는 활은 말총으로 만들어졌다.

보통 현악기는 바이올린은 4줄, 기타는 6줄, 가야금은 12줄로 네 개 이상의 현으로 이뤄져 있다. 반면 해금은 단 두 줄로  연주한다. 해금 연주 자세는 공명통을 왼쪽 무릎에 올려두고 활대를 좌우로 움직이며 현과 마찰시킨다. 주아로 음을 조율하고 왼손으로 현을 눌러서 연주한다. 바이올린이나 기타 등 서양의 현악기는 현의 특정 위치를 눌러 한 음을 소리 낸다. 이와 달리 해금은 현의 ‘적절한’ 위치를 ‘적절한’ 폭만큼 눌러 음을 찾아 소리낸다. 이처럼 연주자의 ‘감각’에 따라 표현하는 음이 조금씩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고요한<국악과 석사과정 2기> 씨는 “음의 유연성이 높아 음의 표현이 자연스럽다”며 “다양한 음역의 소리와 어울릴 수 있기에 어떤 악기와의 합주도 어울린다”고 했다.

소리를 조절하는 방법은 일반 줄과 같다. 줄이 짧고 탱탱할수록 높은음을 내며 길고 느슨할수록 낮은음을 낸다. 따라서 왼손으로 현을 누를 때 많이 누르거나 공명통의 가까운 부분을 누르면 높은 소리가 난다.

해금의 가장 특징적인 주법은 ‘농현(弄鉉)’이다. 농현의 뜻은 ‘줄을 흔들어서 떠는 소리’다. 연주곡에 따라 방법은 다르지만, 해금 연주에서는 농현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국악은 각 악기의 특성상 단조로운 음들이 모여 합주될 때 화려한 화음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악기별로 독주를 할 경우엔 하나의 단조로운 선율만 표현되는데 해금은 농현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고 씨는 “농현을 할 때 떨림의 폭을 크게 하기도 하고 작게 하기도 하면서 슬픔, 기쁨 등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피아노와 같이 일정한 음계만을 표현하는 악기와 달리 여러 선율로 다양한 표현을 할 수있는 해금이 주목받고 있다. 해금의 특성상 왼손의 감으로 음을 짚어 연주하는 만큼 고씨는 “음감이 좋은 사람은 배우기 수월할 수 있다”며 “활을 이용하는 악기이기에 바이올린과 같이 활을 다뤄 본 사람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참고: 논문「퓨전국악에서 해금 선율의 작곡기법 연구」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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