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이여, 자신만의‘인디아 블로그’를 만들어보길”
“청춘들이여, 자신만의‘인디아 블로그’를 만들어보길”
  • 이우연 기자
  • 승인 2012.09.16
  • 호수 13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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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윤 기획PD로부터 들은 연극 뒷이야기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연극「인디아 블로그 시즌 2」의 최상윤<연우무대> 기획PD는 “민감한 질문은 없겠죠”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의 걱정과는 달리 인터뷰는 기자 대 취재원이 아닌, 극에 감명 받은 관객과 기획가의 편하고 즐거운 수다 같았다.

「인디아 블로그」가 시즌 2까지 이어지며 많은 관객들에게 다가가게 된 데에는 실험적인 극 자체의 신선함도 있었겠지만 ‘판’을 대학로로 넓히도록 한 극단 연우무대의 힘도 컸다. “여행을 소재로 한 극은 종종 있었죠. 하지만 연출가와 배우들이 직접 여행을 하고 그 내용을 극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제일 돋보였어요. 게다가 여행지에서 청춘들이 겪은 이야기라니. 30년 동안 대학로에서 자리 잡은 연우무대가 젊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기획하게 됐죠.”

극단의 형태로는 △단원 중심의 전통적인 극단 형태 △단원을 두지 않은 채 기획 및 프로듀싱에 집중하는 프로덕션 형태가 있다. 전통적인 극단 체제에서는 배우들이 연기 이외의 역할까지 맡거나 단원들이 수시로 교체되는 등의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그러나 프로덕션 형태를 띤 극단 연우무대가 「인디아 블로그」를 특별 기획하게 되면서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제작구조를 안정화시켰고 더욱 짜임새 있는 극이 탄생됐다.

작년 6월, 이렇게 대학로 판「인디아 블로그」가 탄생됐다. 관객들의 반응이 점점 뜨거워지자 연극은 80석 규모의 연우소극장에서 170석 규모의 대학로 필링공관 2관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다. 관객들의 수요가 증가하니 극단 측에서도 공급을 늘려야하는 법. 다른 공연이라면 같은 대본에 배우를 바꿔 앵콜 공연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인디아 블로그」는 배우들 스스로의 이야기가 극의 내용이기 때문에 다른 배우로 바꿔 공연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지친 배우들이 휴식기간 없이 공연을 이어나가는 것도 무리였다. 결국 「인디아 블로그」는 ‘인도 여행담’이라는 동일한 포맷에 전혀 다른 이야기를 지닌 시즌 2로 탄생한다.


“시즌 2를 준비하는 과정은 상당히 길었어요. 우선 배우와 연출진 다 같이 인도여행을 가야하기도 했고요, 배우를 선발하는 오디션이 4차 전형까지 있었어요. 최종 전형은 양평에서 MT로 진행됐어요. 그 곳에서 서로를 얼마나 배려하는지도 살펴보고, 낯선 장소에 가거나 낯선 사람을 만나는 미션을 배우들에게 주기도 했어요. 새로운 환경과 만남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죠.” 이렇게 선발된 4명의 배우는 2명씩 ‘블루 팀’과 ‘오렌지 팀’으로 나뉘어 또 다른 인도 여행기를 만들어나가게 된다.

「인디아 블로그 시즌 2」의 팜플렛 속 크레딧을 보면 ‘작: 공동창작’이라는 부분이 눈에 띤다. 「인디아 블로그 시즌 2」는 대본을 집필한 작가가 따로 있지 않다. “극의 내용은 배우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지만 그 뼈대 위에 살을 붙이는 것은 같이 인도여행을 다녀온 연출진 모두의 몫이기도 해요. 브레인스토밍처럼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에피소드 있었잖아’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추가하는 식이죠.” 이렇듯 「인디아 블로그 시즌 2」는 배우뿐만 아니라 함께 여행을 다녀온 연출진들의 이야기이도 하다. 생생한 극의 내용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것이 픽션인지 실제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 흔한 관객의 집중을 유도하는 시작이 아닌, 주인공이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며 어수선하게 오르는 막도 「인디아 블로그 시즌 2」만의 색깔이다.

시즌 2부터 기획에 참여한 최PD는 시즌 2와 시즌 1의 차이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좀 더 관객 지향적이고자 했고 음악적 요소가 많이 추가됐죠. 시즌 1에서는 프롤로그나 에필로그에서만 관객에게 말을 건다면 시즌2에서는 관객이 관광객, 꽃사슴, 인도인, 프로포즈 대상 등이 되기도 하죠. 음악적 요소가 추가된 것도 극적 재미를 높이기 위해서였죠. 배우 오디션 때도 음악하는 사람을 찾았고, 실제로 ‘오렌지 팀’의 다흰씨는 인도에서 작사 및 작곡한 6곡의 노래를 극에서 직접 들려줘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왜 하필 극의 여행지가 인도인가 의문점이 들었다. “인도를 선택한 것에 별다른 이유가 있진 않아요. 우리 모두 뭔가 목적을 가지고 당도한 여행지는 아니라는 거죠. 물론 경비가 저렴하고 익숙지 않은 나라라는 점이 가난한 청춘에게 매력적이긴 하지만요. 그곳이 어디든 낯선 곳에 있다 보면 그 곳에 오기 전 고민들이 자연스레 떠오르지 않을까요. 다른 여행지를 다룬 얘기는 또 다른 느낌이 나겠죠.” 실제로 「유럽 블로그」, 「터키 블로그」 등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여행연극을 연우무대만의 고유한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인디아 블로그 시즌 2」는 ‘인도’를 그린 연극이기도 하지만 ‘청춘’에 관한 연극이기도 하다. 청춘 그 어딘가에 서 있는 배우들은 낯선 인도에서 ‘나’와 ‘연인’과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느 나이대의 관객이든 이 연극을 자신의 청춘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어요. 이 연극을 보고 청춘의 에너지와 감성을 느꼈다면 그 다음에는 정말 인도를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 연극의 내용은 그 배우들의 이야기니까요. 관극 후에 자신만의 ‘인디아 블로그’를 만들어보는 것이 제가 관객 여러분께 갖는 작은 바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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