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속 '인도’에서 청춘을 노래하다
대학로 속 '인도’에서 청춘을 노래하다
  • 이우연 기자
  • 승인 2012.09.16
  • 호수 13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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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디아 블로그 시즌 2-블루 팀」이 들려주는 인도 여행담
▲ '블루 팀'의 경일, 상엽, 다재다맨이 인도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델리역에서 한국말로 「여행을 떠나요」와 「너를 보내고」를 부르는 청년이 있다. 이 청년의 이름은 경일. 그는 친한 친구에게로 가버린 여자 친구를 잊기 위해 인도로 왔다. 그에게는 자이살메르행 기차를 놓치고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여유가 있다. 정해진 일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고민은 떠나버린 여자친구. 설상가상으로 인도 여행 도중에 그녀의 결혼소식을 듣게 된다.

경일에게 말을 거는 또 하나의 청년이 있다. 그의 이름은 상엽. 아버지의 권유로 인도 여행을 왔다. 인도를 오면 다음에는 유럽을 보내줄 것 같아서였다. 정확히 짜여진 일정이 자이살메르행 기차를 놓치고 무너지자 당황한다. 그의 고민은 알다가도 모르겠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다.

이렇게 다른 두 청년이 인도에서 만나 여행길을 함께 한다. 극은 그들의 여정을 함께 훑어간다. 여행자들이 자신의 여행기를 블로그에 포스팅하듯 연극 「인디아 블로그 시즌 2-블루 팀」의 배우들은 무대 위에 자신들의 여행을 포스팅한다. 배우들은 델리, 자이살메르, 우다이뿌르, 디우, 고아, 아그라, 바라나시 등의 여러 도시를 거친 인도 여행을 무대 위에서 다시 추억하고 곱씹는다.

극은 관객을 인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에 젖게 만든다. 로비에서 나눠주는 인도식 밀크티인 ‘짜이’의 맛과 중간 중간 무대 뒤의 벽에 프로젝트 빔으로 쏘는 인도에서의 영상, 직접 인도에서 공수해온 소품들로 꾸며진 무대와 은은한 인도 풍의 향까지.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배우들이 자이살메르 사막에 도착했을 때 무대 뒤 벽에 펼쳐진 사막 풍경이었다.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 사막 하늘 아래서 배우들은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를 부른다. 참으로 낭만적인 장면이다.

이외에도 관객들은 극 내에서 배우의 행동과 대사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변신한다. 사막을 지나다니는 꽃사슴이 되기도, 귀여운 꼬마 여행객 보미가 되기도 한다. 갠지스 강에 띄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디아(꽃 양초)를 관객 모두에게 나눠 주기도 하는데, 이때 관객 하나하나가 모여 갠지스 강이 된다.

여행이 끝난다고, 경일과 상엽의 고민이 완전히 다 끝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도 여행을 통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주변을 돌아보고 행복을 추구하게 된다. 경일은 그만두기로 했던 음악을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인도에서 만난 한 여인과 새롭게 시작해보려 한다. 상엽은 여행을 다녀온 사이에 야윈 아버지를 보며 아버지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인도영화의 엔딩처럼, 흥겨운 노래에 맞춰 춤추는 그들의 모습을 끝으로 100여 분 가량 진행된 대학로에서의 인도여행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내일도, 모레도 그들의 인도 여행은 다시 무대 위에 사막의 신기루처럼 펼쳐질 것이다.

사진 출처: 극단 연우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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