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심신에 선사한 달콤한 휴식
지친 심신에 선사한 달콤한 휴식
  • 이다원 기자
  • 승인 2012.09.15
  • 호수 13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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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두른 나만의 낭만별장에서 바쁜 일상은 잠시 안녕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려 캠핑장까지 가는 방법을 떠올린다. 걸어가기엔 멀지만 버스를 타기엔 가까운 애매모호한 거리에 결국 택시를 타기로 결정한다. 강변을 따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택시 안으로 들어오고 어느새 난지캠핑장이 가까워져있다. 캠핑장 이름이 적힌 푯말이 하늘 높이 휘날리고 그 아래에 조그마한 매표소가 자리 잡고 있다. 매표소 앞은 일행을 기다리는 손님들과 주차하는 차량들로 북적인다. 입장권을 구입하자 캠핑장 입구에서 빨간 종이 띠를 손목에 둘러준다. 이제 남은 일은 신나게 노는 일뿐이다! 한 손에는 빨간 종이 띠를 두르고 다른 손에는 한가득 먹을거리를 들고서 캠핑장으로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캠핑장 입구를 넘어서자마자 알록달록한 천막들이 캠핑장을 둘러싼 수풀 너머로  보인다. 수레에 한가득 짐을 싣고 신이 나서 뛰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슬그머니 기대에 부푼다. 캠핑장 안으로 들어서자 확 트인 부지에 텐트와 그늘막, 나무 테이블 등이 구간을 달리해 잘 정비돼 있다. 한쪽엔 커다란 5~6인용 몽골텐트가, 다른 한쪽엔 3~4인용의 소규모 가족텐트가 길게 이어진다. 크기 별로 줄을 맞춰 옹기종기 모여 있는 텐트들의 모습이 어쩐지 앙증맞다. 빌딩 숲에서 벗어나 캠핑장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곳은 작은 장난감 마을이다.

적당한 나무 테이블을 고르고 그곳에 얼른 짐을 풀었다. 평일 저녁임에도 직장 동료, 연인, 가족들과 함께 캠핑장을 찾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는 어설프게 도구들을 꺼내는 우리를 비웃는 듯 렌턴과 칵테일로 한껏 캠핑 분위기를 냈다. 캠핑장에서 빌린 그릴에 숯과 연탄을 담아 불을 피우고 테이블에는 준비해온 야채들과 간식들을 펼쳐 놓았다. 부족한 준비 탓에 고기를 굽는 내내 우여곡절이 많지만 그런 상황마저 즐거울 뿐이다. 호일을 접어 만든 ‘다원표 숟가락’이 우스꽝스러워 국물을 뜨면서 자꾸 미소가 지어진다. 구수한 바비큐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엔 여유가 가득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하늘이 어두워졌다. 밤하늘의 어둠은 깊어만 가고 캠핑장의 불빛은 밝아만 온다. 철판에서 피어나온 장작불빛에 캠핑장 분위기는 한층 더 무르익는다. 칵테일에 취한 것인지, 캠핑장 분위기에 취한 것인지 사람들의 표정이 한층 더 다채로워 졌다. 슬쩍 고개를 돌려 둘러본 캠핑장에 여유와 낭만이 가득하다.

남은 시간을 이용해 한강 가까이 산책을 나갔다. 몇 분도 채 걸어가지 않아 내뱉게 되는 탄성. 그곳엔 가양대교가 분홍색과 주황색을 오가는 묘한 색감을 빛내며 옅게 흩어진 밤하늘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름다운 야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결국 드넓은 잔디밭에 드러누워 버렸다. 아, 언제 다시 이런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까.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아름다운 한강의 야경이 자꾸만 내 마음을 잡는다. 그 동안의 걱정과 근심은 털어버리고 이곳의 여유와 낭만만을 담아가자고 다짐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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