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윤리적인 대학생의 선택, ‘대리부’
비윤리적인 대학생의 선택, ‘대리부’
  • 이희원 기자
  • 승인 2012.09.15
  • 호수 13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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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75cm, 몸무게 65kg의 몸과 똑똑한 머리를 드려요”
▲ 한 줄임카페에 대리부 지원자들의 글이 올라와 있다.
등록금 천만 원 시대에 들어서자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찾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작년 4월 알바천국이 전국 대학생 남녀 3천 367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아르바이트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0.7%가 최저 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으며 일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일부 대학생들에게는 일반적인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는 수당이 학업 및 생계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이런 대학생들을 유혹하는 돈벌이들이 있다. 불임부부에게 자신의 정자를 제공하는 남성, 속칭 ‘대리부’가 대표적인 예다.

대리부 지원자들은 자신의 신상 정보인 성적, 외모, 질병 유무, 학벌 등을 알리며 불임부부에게 선택받기 위한 경쟁을 한다. 한 불임관련 카페의 대학생 대리부 지원자 A는 “우월한 유전자를 찾고 있다면 연락 달라”며 “서울 소재 유명대학에 재학 중이고 외모는 준수한 편이다”라고 자신을 알렸다. 또 다른 대학생 대리부 지원자 B는 “대리부 경험이 두 번 있는데 모두 성공했다”며 “불임으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지원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들의 정자 기증에 대한 보상금은 그들이 갖춘 능력에 따라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대리부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 중에는 대리부를 자신의 성욕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대학생 대리부 지원자 C는 “인공수정보다는 성관계를 통한 자연수정이 임신 가능성이 높다”라며 노골적인 성관계를 요구했다. 이처럼 대리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경우도 종종 보도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대리부 성폭행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사기를 당해도 신고가 어려워 사건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위험에도 왜 불임부부들은 합법적인 정자은행이 아닌 대리부를 통해 정자를 얻을까. 현재 우리나라에는 139개의 정자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정자은행에서는 정자의 주인인 남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대리부는 자신의 가족력, 외모, 학력 등 불임부부가 원하는 정보를 모두 제공한다. 자신의 아이가 남들보다 뛰어났으면 하는 부부의 바람을 대리부들이 교묘히 파고든 것이다.

순수한 도움의 목적이 아닌 매매의 목적으로 정자를 제공하는 행위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의해 금지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으나 △매매의 증거를 적발하기가 어렵다는 점 △단속 인력의 수가 부족하다는 점 등의 이유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대리부 적발을 위해 경찰과 협력해 수사하고 있다”며 “하지만 보통 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뤄지면서 금전 거래가 오갔다는 증거를 잡기가 쉽지 않아 적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이트 운영자에게 도움을 요청해 관련 글을 삭제하도록 요청하고 있지만 담당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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