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에서 펼쳐지는「쥐덫」이야기
무대 뒤에서 펼쳐지는「쥐덫」이야기
  • 이다원 기자
  • 승인 2012.09.08
  • 호수 13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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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자 김성노 교수와의 대담 "영국 고전 추리극의 묘미를 맛보라"
지난달 2일부터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쥐덫」이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크게 흥행 중이다. 영국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인「쥐덫」은 60년 전 영국에서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정통 추리극이다. 창작 60주년을 기념해 우리나라의 대학로를 찾은 연극「쥐덫」은 영국문화원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으며 진행됐다. 국내 무대는 한국연극연출협회 회장 김성노<동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의 연출로 꾸며졌다.

김 교수는 올해 창작 60주년을 맞은 작품「쥐덫」에 대해 “영국 왕비의 즉위를 기념하기 위해 탄생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창작 배경은 팔순을 앞둔 영국 왕비의 “나는 다른 어떤 공연도 아닌 크리스티의 연극을 원한다”는 한마디였다. 크리스티는 곧바로 왕비를 위한 작품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바로 단편소설「세 마리 눈먼 생쥐」와 희곡 버전의「쥐덫」이었다.

공연 역사상 최장 기록을 수립하고 있는「쥐덫」에 대해 김 교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 규모가 더 큰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도 국내외를 불문하고 유난히 작품「쥐덫」이 인기 있는 것이 의아하다”며 “굳이 인기 이유를 설명하자면 추리극의 매력과 영국인들의 고집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60년 이상 공연이 지속되고 있지만 영국인들 특유의 고집스러움 때문에 아직까지 범인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큰 몫을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영국의 정통 추리극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들여오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 같다. 김 교수는 “영국 연극의 특징은 언어적 측면을 중시해 움직임이 많지 않고 정확한 발음으로 많은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영국식 연극을 한국적 형식으로 끌어오기 위해 김 교수는 “반복되는 말들은 최대한 빼고 소리나 조명을 이용해 ‘관객 놀래키기 수법’을 여러번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내용은 탄탄하지만 오래된 작품이라 대본이 고리타분하다”며 “60년 전의 작품을 2012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도 ‘신선하다’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추리수사극의 하이라이트는 반전이 있는 장면이다. 연출하기에 가장 어려웠던 장면을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당연히 반전 부분”이라며 “관객들에게 마지막까지 범인을 들키지 않고 범인이 드러날 때의 충격을 극대화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운 장면이자 가장 만족스러운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의 소품과 장치, 음향 등은 모두 극의 배경이 된다. 관객들이 놓치기 쉽지만 극 중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김 교수는 “비밀”이라며 “추리극이라 말을 아껴야한다”고 웃었다. 김 교수는 “현실은 여름이지만 극 중 배경은 겨울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겨울 산장의 느낌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독특한 오프닝 음악과 클로징 장면에서 트로터 형사의 스키에 장난을 친 것을 짧게 언급하기도 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아직 연극을 관람하지 못한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첫째, 절대로 범인이 누군지 알고 오지 말 것. 둘째, 범인이 누군지 스스로 맞춰보는 재미를 느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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