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소래 漢마당] 국경의 벽을 허무는 전통음악 생존기
[韓소래 漢마당] 국경의 벽을 허무는 전통음악 생존기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2.09.07
  • 호수 13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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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 풍물놀이를 재정비해 국악의 세계화에 성공하다

   
  ▲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원년멤버들은 지금도 꾸준히 공연하고 있다.  
최근 가수 싸이의 신곡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음악이 국경을 초월하는 만국공용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해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서를 녹여낸 국악은 최신가요에 비해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국악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사물놀이와 풍물놀이의 차이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국악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사물놀이다. 사물놀이는 민족 고유의 소리인 풍물놀이를 현대에 맞춰 새롭게 구성한 음악이다. 사물놀이의 특징은 풍물놀이와 비교해보면 파악하기 쉽다. 사물놀이와 풍물놀이는 크게 △출현 배경 △구성 악기 △인원 △연주 장소 △연주 형태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사물놀이의 모태가 된 풍물놀이의 역사는 농경사회로부터 시작된다. 초창기의 풍물놀이는 농부들의 흥을 돋우는 노동요의 역할만 수행했으나 점차 독자적 문화로 바뀌어 놀이, 연극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 정부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부정하며 풍물놀이를 ‘농악(농민들이 하는 음악)’이라고 낮춰 부르도록 강요했다. 이로 인해 풍물놀이는 농악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해오다 해방을 맞았다. 그러나 해방과 동시에 서구문물이 급속히 유입되면서 풍물놀이는 설 곳을 잃게 됐다. 오랜 암흑기 끝에 1970년대에 들어서 풍물놀이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사물놀이가 탄생했다.

풍물놀이는 지역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지휘자인 상쇠를 중심으로 앞치배, 뒷치배, 무동 등으로 구성된다. 앞치배가 악기로 가락을 치면 이에 맞춰 뒷치배가 춤과 노래를 한다. 이때 앞치배는 꽹과리, 북, 소고, 장구 등과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데 사물놀이는 앞치배에서 네 악기만 사용한다. 사물놀이에 사용되는 네 악기는 꽹과리, 북, 장구, 징으로 각각 한 명씩 배치된다. 때문에 사물놀이보다 풍물놀이에 동원되는 인원이 훨씬 많다.

사물놀이는 풍물놀이에 사용되는 가락을 살리되 악기의 개수를 대폭 줄였다. 그 결과 사물놀이는 실내 연주가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서서하는 풍물놀이의 연주 형태를 바꿔 앉아서도 연주할 수 있도록 해 실내 연주가 더 용이해졌다.

이와 같이 사물놀이와 풍물놀이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두 음악 모두 가락 속에 민중들의 정신을 담아낸다는 점은 비슷하다. 사물놀이와 풍물놀이에 사용되는 꽹과리, 북, 장구, 징은 역사적으로 서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악기였다. 타악기들은 풍물놀이를 연주할 때뿐 아니라 마을 잔치에도 서민들과 함께했다. 사물놀이패를 창단한 김덕수는 서민들과 함께하는 타악기야말로 우리 고유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는 악기라고 판단해 타악기로 사물놀이패를 구성했다. 사물놀이의 신명나는 가락은 타악기와 잘 어우러져 외국인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갔다. 우리의 전통악기만의 독특한 울림으로 사물놀이는 세계화에 성공했다.

사물놀이는 세계화에 가장 성공한 국악으로 꼽히지만 좀 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풍물놀이와 달리 실내에서 연주된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사물놀이는 여러 장르의 음악과 접목을 시도했다. 가장 성공적인 접목으로는 난타가 있다. 난타는 199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 흥행한 비언어적 공연에 사물놀이의 전통적인 가락을 녹여냈다. 난타뿐만 아니라 사물놀이와 브레이크댄스를 접목시킨 공연도 최근 들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풍물놀이에서 사물놀이로, 또 사물놀이에서 다른 음악을 결합한 퓨전 음악까지 전통음악은 시대에 맞춰 끊임 없는 혁신을 통해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다.

참고: 도서「사물놀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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