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이야기를 읽고 당신은 데자뷰를 느낄지 모른다. 신나게 새 옷을 쇼핑하러 간다. 그동안 질리게 입었던 청바지와 색과 재질이 다른 면바지를 사고, 라운드 티만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단추가 달린 PK티를 사보고, 그동안 신고 다녔던 운동화와 무늬와 발목 높이가 다른 스니커즈를 구입해본다.

들뜬 마음으로 새로 구입한 아이템들을 입고 나갔는데 웬걸, 들려오는 말들은 “넌 왜 맨날 입고 다니는 옷이 그래?” 분명히 다른 아이템을 구입했는데 말이다. 만약 위와 같은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항상 비슷한 실루엣의 옷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실루엣은 의복이 몸에 입혀졌을 때 겉으로 나타나는 형태다.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실루엣이 다른 옷을 선택해야 한다. 실루엣은 옷의 디테일을 보기 전에 보여지는 첫 번째 자극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즐겨 입는 청바지만 해도 스트레이트, 스키니, 배기, 부츠컷 등 다른 실루엣을 연출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핏이 있다.

사람의 체형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각 다른 실루엣으로 결점을 보완하는 것이 좋다. 실루엣은 크게 아우어글라스 실루엣, 스트레이트 실루엣, 벌크 실루엣으로 나뉜다. 박명자<생활대 의류학과> 교수는 “남성은 드레스, 스커트 등을 일반적으로 입지 않기 때문에 세부적인 실루엣 중에는 적용하기 힘든 실루엣도 있다”며 “하지만 크게 봤을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우어글라스 실루엣은 모래시게 모양처럼 허리부분을 꼭 끼게 강조하는 실루엣으로 전체적으로 몸에 꼭 맞는 편이다. 따라서 허리 부분이 좀 더 가늘고, 가슴과 엉덩이 부분은 좀 더 풍만하게 보이는 착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몸의 라인이 가장 두드러지는 실루엣이기 때문에 여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스트레이트 실루엣은 몸의 굴곡을 드러내지 않고, 상하가 거의 비슷한 폭을 유지하는 실루엣이다. 신체 특정 부분의 두드러짐이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일반적으로 사각형 실루엣은 현대적인 느낌을, 슬림한 형은 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벌크 실루엣은 허리를 과장되게 부풀리고 위 또는 아래로 좁아지는 실루엣이다. 따라서 허리 부분의 약점을 가릴 수 있고 하체를 좀 더 슬림하게 보이는 착시효과를 준다.

사람은 평생 남들에게 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준다. 옷은 알몸과는 다른 실루엣을 만든다.  박 교수는 “실루엣, 디테일, 색채, 재료, 문양 등의 디자인 요소들은 착용자의 감성이나 체형을 표현한다”며 “그 중 실루엣은 대상의 특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므로 가장 기본이 된다”고 전했다. 알몸은 부모님에게서 왔지만 옷의 실루엣은 내가 만든 제2의 몸이다. 옷 입기는 ‘제2의 몸’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이냐에 관한 문제다. 내 패션 역사를 다시 쓰려면 실루엣을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

참고: 도서 「APPLE 세대를 위한 패션 스타일링과 의복구성」
도서 「패션 스타일링」
웹툰 「드레스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