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NANTA」한 우리 소리
세계를 「NANTA」한 우리 소리
  • 강지우 기자
  • 승인 2012.08.31
  • 호수 13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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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 사물놀이의 현대적 감성을 표현하다
‘난타’는 어지러울 난, 때릴 타. ‘마구 때림’이라는 뜻이다. 연주자들은 약속한 듯이 일정한 박자에 맞춰 물건들을 두드린다. 리듬은 익숙하지만 듣는 이는 어떤 장단인지 알 수 없다. 어떤 장단을 두드리는지 알기 위해 인터넷 검색창에 ‘난타’를 검색하니 온통 뮤지컬 「NANTA」다. ‘난타’를 알기 위해 「NANTA」를 만났다.

지난달 23일 홍대에 있는 난타 전용 극장을 찾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공연을 보러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로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NANTA」는 서울시 10대 공연 중 하나로,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코스가 됐다고 한다.

무대 위엔 4개의 조리대와 갖가지 식기구들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천하대장군 장승이 서 있다. 또 ‘나랏말싸미…’라는 훈민정음 서문이 배경이 돼 전통미를 보여준다.

시작은 화면을 통한 인사로 관객을 반긴다. 조명이 점점 어두워지고 네 명의 난타 배우가 촛불을 들고 들어와 마술같은 연주를 시작한다. 그들이 두드리는 것은 스텐리스 식기들, 다듬잇돌, 물 위에 엎어놓은 박이다. 생김새가 다른 식기들은 여러 가지 청아한 소리를 내고 홍두깨로 다듬잇돌을 두드리니 양손으로 장단을 치는 장구 느낌이 든다. 물 위의 박을 두드리니 그 소리가 물에 울려 둥-둥 소리를 낸다. 마치 무게 있는 북소리 같다.

공연의 주제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 식재료를 사용하다보니 코가 즐겁고 활활 타오르는 불을 보니 눈도 즐겁다. 칼로 도마를 두드리고 거품기로 쌀함박을 긁으며 국자로 냄비를 두드리니 귀까지 신난다.

난타의 의미가 ‘마구 두드림’이지만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하려면 단순히 두드릴 순 없다. 다들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리듬이다. 덩덩-쿵덕쿵. 요리사 네 명이 서로 다른 소리가 나는 네 개의 도마를 두드리는데 사물놀이의 휘모리장단과 동살풀이장단이 들린다. 그 외에도 변형된 자진모리장단도 들린다. 사물놀이 장단보다도 익숙한 절구 찧는 쿵덕쿵덕 소리도 반갑다.

공연 중간, 한 배우가 나와 익살스러운 연기를 하며 관객들에게 장단을 가르쳐 주자 공연장은 열기가 오른다. 덩-덩-덩-. 덩-덩-덩-따. 덩-더덕쿵따쿵. 외국인들은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자기도 모르게 한국의 휘모리장단을 흥겹게 따라하고 있었다.

사실 사물놀이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만 친숙한 전통 음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물놀이 장단에 외국인들이 어깨를 들썩이고 박수를 치는 것을 보니 이것이 한류 음악이 아닐까 싶다. 김예지<PMC프러덕션 마케팅팀> 씨는 공연의 글로벌한 인기 원인에 대해 “언어 장벽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언어극으로 만들었다”며 “연주 위주가 아닌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어서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NANTA」와 사물놀이에 대해 잘 모르고 이 공연을 접한 관객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공연을 봤다면 모든 이가 한국의 리듬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도 귓가에 맴도는 쿵쿵쿵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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