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고 싶은 건지, 보여주고 싶은 건지
대화하고 싶은 건지, 보여주고 싶은 건지
  • 한대신문
  • 승인 2012.05.28
  • 호수 13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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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캠퍼스와 ERICA캠퍼스의 봄 축제에서는 각각 ‘똑똑(Talk-talk) 소통콘서트’, ‘총장과의 토크쇼’라는 이름으로 일반 학생들과 총장이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양 캠퍼스 모두 행사 자체는 무사히 마쳤지만 취지에 부합하는 행사였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똑똑(Talk-talk) 소통 콘서트’와 ‘총장과의 토크쇼’는 공통적으로 학생들에게 미리 질문을 받아 이에 총장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의 대부분의 시간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미리 정해 놓은 질문 순서 또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대한 질문이 아닌 임덕호 총장의 첫사랑 등 사적인 얘기들로 채워졌다. 심지어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15주 수업일수 사안에 대한 답변도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게 전부였다.

이 때문에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이 즉석에서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정작 총장과 소통하기 위해 행사에 참석했던 학생들이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마저 부족했던 것이다. 행사를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 질문을 미리 받아 준비한 것은 불가피했겠지만 진정으로 소통하고자 했다면 최소한 학생들도 현장에서 미리 준비된 질문들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직접 질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행사에 단지 자리를 채워주는 들러리가 아니다. 총장과 학생이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라면 그 취지에 맞는 행사 진행이 필요하다. 미리 짜여진 형식적인 질의응답 시간을 줄여서라도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을 위해 즉석 질문 시간을 더 늘렸어야 한다. 학생과 총장이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시도는 좋았지만 자리가 마련된 만큼 학생과 총장 모두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질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학생들이 원하는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내용들로 행사가 진행돼야 한다.

이번 행사가 분명 좋은 취지로 기획된 행사임에도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냐’라는 의구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학생들은 학생과 총장의 형식적인 질의응답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총장과 진심으로 대화하길 원한다. 총장과의 대화가 이벤트성 행사가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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