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하지만 산책을 하던 에우리디케가 양치기에게 쫓기다 독사에게 발목을 물려 죽게 되면서 이들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오르페우스는 그녀를 찾아 저승까지 내려가고 그 사랑에 감명받은 저승의 신은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가도 좋다고 말한다. 단, 지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절대 뒤를 돌아봐선 안 된다는 조건을 건다. 지상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약속을 잊은 오르페우스는 뒤를 돌아보고 결국 에우리디케는 영영 저승으로 사라지게 된다.
'흑인'에게 바치는 오르페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은 ‘흑인’이다. 이는 서사와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영화는 1959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서구 사회에서 흑인은 소외된 종족, 저주받은 노예, 그래서 피곤한 일생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바빌로니아 마을이 들통으로 물을 길어 마시는 소외되고 가난한 달동네로 묘사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오히려 대도시와 떨어져 있어 하늘과 가까운 동네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작가와 감독은 흑인 사회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이 영화 이후 남미의 흑인 음악인 보사노바와 삼바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 교수는 “‘흑인’의 상징성은 사회학적 소외라는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며 “작가와 감독은 이런 메커니즘을 ‘흑인’을 넘어 보편적 인간의 존재론적 소외로도 확장하고 있다”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영화에 드러난 서사
영화는 서사 속 트라키아라는 공간적 배경을 리오의 ‘바빌로니아’라는 구체적인 마을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흑인이라는 인물 설정과 함께 서사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 특성을 구체적으로 재창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사에서 에우리디케였던 유리디스는 자신을 죽이려하는 고향의 남자를 피해 강을 건너 리오로 온다. 그녀는 배에서 내려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에서 ‘새장에 갇힌 한 마리의 새’로 비유된다. 서사의 오르페우스인 오르페도 ‘새’로 비유된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서사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을 통해 영화가 확장되고 있기도 하다. 유리디스의 사촌 세라피나는 반복적으로 오르페와 그의 약혼녀를 떼어 놓으려고 한다. 이는 유리디스의 내면적 욕구를 대신한다고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은 영화를 확장하고 치밀하게 구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 결과 서사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논문 「영화 흑인 오르페에 나타난 신화적 상징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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