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의 행복이란 카니발의 커다란 환상과 같아”
“가난한 이들의 행복이란 카니발의 커다란 환상과 같아”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2.05.26
  • 호수 136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속 보사노바, 세련된 선율의 멋
▲ 주인공 오르페가 기타를 들고 「카니발의 아침」을 연주하고 있다.
쿠바 음악과 더불어 라틴 음악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고 하는 브라질 음악. 영화 「흑인 오르페」에서 주인공 오르페가 연주하는 ‘보사노바’는 바로 이런 브라질 음악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도서 「인생이여, 고마워요」에서 최창근 작가는 “브라질은 국토의 광대함과 인종의 다양성, 강한 지역성 때문에 각 지역마다 독특한 음악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남동부에 위치한 리우는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로 성장했고 이후 노예제 폐지를 계기로 대규모의 유럽 이민자를 맞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리우는 유럽과 아프리카 문화가 만나는 문화 중심지로 각광받는다.

우선 삼바는 포르투갈의 가톨릭 문화와 아프리카의 토속문화가 결합해 만들어진 남미의 ‘카니발’을 통해 발전했다. 흑인들이 리우의 산동네 빈민촌을 근거지로 해 춤과 노래, 가장행렬을 만들며 카니발을 앞둔 경쟁을 한 데서 유래됐다. 삼바는 라디오의 등장과 레코드 산업 발달에 힘입어 대중음악으로 성장했는데, 1928년에는 삼바학교가 세워지기도 한다.

보사노바는 1950년 이런 삼바의 지나친 대중화에 반발해 새로 등장한 삼바 스타일을 일컫는다. 같은 저서에서 최 작가는 보사노바에 대해 “삼바가 대도시 빈민층이나 서민들의 애환을 담고 있는 데 반해 ‘새로운 경향’ 혹은 ‘새로운 감각’이란 뜻을 지닌 보사노바는 일정한 부를 갖춘 중산층들의 감상용 음악으로 출발했다”고 전한다. 삼바는 급격히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던 1950년대 브라질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중산층과 젊은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현대적 감각의 고급스러운 음악을 추구했던 것이다. 이후 보사노바는 1960년대 초 미국으로 진출하면서부터 보다 대중적인 음악으로 자리 잡게 된다.

보사노바는 빈민들의 삶을 담고 있다. 이들은 단 4일에 불과한 카니발을 1년 내내 기다리며 빈곤의 고민에서 잠시나마 해방되고자 한다. 영화 「흑인 오르페」의 대표곡으로 주인공 오르페가 기타를 치며 부르는 「카니발의 아침」에서도 이 점이 드러난다.

슬픔은 끝이 없고 행복은 하루에 그치네. / 하지만 행복은 진주빛 이슬처럼 햇살과 같이 오네. / 조용히 빛나면서. / 행복은 돌아서서 사랑의 눈물처럼 떨어지네. (번역 참고: 논문 「“흑인 오르페우스 Orfeu Negro”: 오르페우스신화의 카니발적 변용)

보사노바를 널리 알리며 유명해진 이 곡은 ‘행복은 순간의 것’이란 카니발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한순간 끝나버릴 사랑과 삶을 예찬하는 영화 속 이야기처럼, 오르페의 노래는 애상적이다.

또 다른 보사노바 곡 「행복」 역시 이와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가난한 이들의 행복이란 / 카니발의 커다란 환상과 같아 / 한순간의 꿈을 위해 일 년 내내 일하면서 / 왕이거나 해적이거나 정원사이거나 / 맡은 장면을 연기하지만 / 모든 건 재의 수요일이 되면 끝내고 말지요. (번역 참고: 도서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

정리 김명지 기자

참고: 도서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 도서 「인생이여, 고마워요」,
논문 「“흑인 오르페우스 Orfeu Negro”:
오르페 우스신화의 카니발적 변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