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신비롭게 만들 부전공 하나씩 갖기를
삶을 신비롭게 만들 부전공 하나씩 갖기를
  • 김진묵<음대 관현악과> 강사
  • 승인 2012.05.20
  • 호수 13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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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울퉁불퉁 인생길은 멀다. 터벅터벅 인생길을 걷다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여러분들의 삶은 어떤가?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 쌓기에 지쳐 삶이 힘들고 무겁다고? 당연한 일이다. 삶은 어차피 무겁다. 그것은 지구에 중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력이 있는 한 삶의 무게는 피할 수 없다. 중력은 지속적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체가 삶의 무게에 눌려 비명을 지르지 않는가. 염세적이고 비관적이지만 사실인 걸 어쩌랴.

중력을 벗어나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그것은 스스로의 삶을 신비롭게 만드는 일이다. 모든 분야에 신비가 숨어있다. 수학, 과학, 예술은 물론 역사, 의술, 디자인, 간호학에도 신비가 있다. 심지어 컴퓨터 게임에도 숨어 있다. 정확하게는 이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에 있다. 터벅터벅 인생길을 걷다보면 하염없이 고단할 수도 있고 삶이 신비로울 수도 있다. 이것은 선택이다. 어차피 신비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이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내공의 깊이다.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로마와 카르타고는 세 번의 전쟁을 했다. 그 중 제2차 포에니전쟁(BC 218∼BC 201) 때 시라쿠사는 카르타고의 편을 들어 로마군의 공격을 받았다. 시라쿠사의 아르키메데스는 각종 투석기, 기중기 등 지렛대를 응용한 신형무기로 로마군을 괴롭혔다. 수년 후 로마군은 시라쿠사의 박쿠스 축제날 밤에 방비가 허술함을 틈타 시라쿠사를 함락시켰다. 한 로마병사가 아르키메데스의 집에 갔다. 아르키메데스는 뜰의 모래 위에 도형을 그리며 기하학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림자가 다가오자 아르키메데스는 ‘물러서라, 내 도형이 망가진다’고 외쳤다. 병사는 그의 목을 쳤다. 로마의 장군은 아리키메데스를 죽이지 말라고 했는데 병사가 그를 몰라본 것이다. 이렇게 75세의 아르키메데스는 세상을 떠났다. 아르키메데스에게 있어서 죽음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기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죽음보다 큰일이었다.

우선 여러분의 삶을 점검해보자.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는가? 전공은 적성에 맞는가? 적성에 맞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데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지금의 전공을 택했다고? ‘부모님의 강요’란 결국 돈 많이 벌라는 것이 아닐까? 부모님들이 삶의 무게에 눌린 상태에서, 돈이 많으면 삶이 가벼워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강요가 아닐까? 공부가 재미없고 적성에도 맞지 않는다면 삶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우리가 말을 배우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함이다. 말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정신을 이야기하기 위해 말을 하는 것이다. 돈도 마찬가지다. 돈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다. 돈에 목적을 둔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들여다보자 진실로 하고 싶은 것이 있지 않은가? 영혼을 다 바쳐 하고 싶은 것이 있지 않은가? 부모님 말씀을 거역하기 어렵거나 돈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 진정으로 빠져들 수 있는 부전공 하나씩 갖기를 권한다. 이를 통해 삶을 신비롭게 만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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