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모든 요소를 버무린 ‘종합영화요리’
영화의 모든 요소를 버무린 ‘종합영화요리’
  • 이우연 기자
  • 승인 2012.05.20
  • 호수 13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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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영화의 대표적 장르, 마살라 영화

▲ 주인공 자말과 라티카가 영화 말미에 흥겨운 음악에 맞춰 많은 사람들과 춤을 추고 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마지막에는 다소 어색한 장면이 보너스 형식으로 삽입돼 있다. 노래에 맞춰 주인공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집단군무를 추는 장면이다. 이는 비록 영국 감독에 의해 제작된 영화지만 등장인물과 배경에서 인도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영화의 특징상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뮤지컬이나 뮤직 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춤과 노래, 집단군무는 발리우드에서 제작되는 대중적인 영화, 소위 ‘마살라 영화’의 특징이다. ‘마살라’는 힌디어로 ‘양념, 향신료’를 뜻한다. 즉 양념이 가미된 인도 요리와 같이 여러 요소가 혼합된 영화라는 뜻이다. 노래와 춤, 코미디, 로맨스, 정교하게 연습된 액션, 과장된 영웅, 미녀의 등장, 해피엔딩이 이 양념에 속한다.

관객은 다양한 장르를 마살라 영화 하나로 즐길 수 있다. 흥행한 마살라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춤추는 무뚜」에서 마차를 달리는 장면은 「벤허」와 같은 고전 블록버스터 영화가 연상되고, 합창이 나올 때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격투 장면에서는 홍콩 무협 영화가 연상된다. 한편 마살라 영화는 이런 요란한 양념의 사용과 동시에 내용에서 윤리적 가치를 강조해 전통적 교훈을 전달하기도 한다.

또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마살라 영화의 춤과 노래 장면은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논문 「인도 마살라 영화의 특징 분석」에 따르면 이런 장면은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궁금증을 줘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하며, 심의 규제와 종교적 문제로 표현이 불가한 진한 키스신과 러브신을 표현하는 역할도 한다.

인도에서는 대도시 외에는 유흥 공간이나 오락시설이 없어 영화가 거의 유일한 여가 생활이다. 또 인도인들은 복잡하거나 심각한 내용을 원치 않기 때문에 편하게 즐길수 있는 가벼운 대중 영화를 선호한다. 이런 배경이 다소 뻔한 내용과 정형화된 틀로 이뤄진 인도만의 마살라 영화를 탄생시켰다.

이런 특징 때문에 마살라 영화가 전 세계 관객의 입맛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살라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나 내용 구성을 중시하는 예술 영화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논문 「인도의 문화코드와 글로컬문화콘텐츠」에 따르면 마살라 영화가 아직은 로컬 수준의 영화일 뿐이란 평가도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인도인들에게 춤과 노래는 감히 그들의 삶과 유리될 수 없는 생활의 일부다. 또 이것은 영화 감상을 통해 그들이 현실적 고통과 실존적 고뇌를 해소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마살라 영화에서 춤과 노래가 나오면 인도의 관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OST를 통해 미리 익힌 가사를 외며 노래를 합창한다. 이것은 다른 국가들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인도만의 영화 문화인 것이다.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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