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라보는 시각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
  • 조석장<공공정책대학원> 강사
  • 승인 2012.05.14
  • 호수 136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19대 총선이 막을 내리고 12월 대선을 향해 모든 정치일정들이 치닫고 있다.

도하(都下) 신문들도 정치 이야기로 지면을 꽉 채우고 있다. 각 정당이나 정파의 계산법이 복잡해지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권력게임도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일들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후진적인 정치형태들로 국민들은 이미 정치 혐오증에 걸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당이나 정치인의 행태가 후진적이고 싫다고 해서 관심을 끊어서는 안되는 게 정치다.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면, 그 사회가 더 나쁜 체제가 되도록 방관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현실정치를 들여다보는 재미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정치원리를 한 번쯤 되새겨보자.
정치의 본질은 크게 2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첫째는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행위’가 정치라는 것이다. 가치는 희소성을 지니고 있다. 가치 있는 것은 누구나 소유하고 싶어 하지만 한정되어 있어, 이를 얻기 위한 갈등과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이 있다.

사회를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가치를 잘 배분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행위가 정치다.

사람들이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돈·명예·권력·평판 등 사회적 가치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정당성과 합리적 절차를 통해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행위다. 정치를 사회시스템 운영의 최상위에 자리하고 있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치가 선진화되지 않고는 결코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

또 하나는 정치란 인간의 야망을 처리하는 메커니즘이라는 점이다. 만약 야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정치를 통해 표출되지 않고 제도적으로 규율되지 않는다면, 국가는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권력투쟁의 장이 될 것이다. 인간의 광기와 욕망을 적절히 통제하고 배출하는 시스템이 바로 정치인 것이다.

정치가 정당과 정치인들의 권력투쟁으로 시끄럽지만 정치라는 제도가 없으면 ‘폭력의 지배’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폭력이 아니라 말을 통한 상호작용을 거쳐 논란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서만 가능한 게 민주주의다. 폭력이 아닌 지배, 즉 다수의 의견, 판단, 동의에 기초한 지배를 통해서 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에 관여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악마적 힘과 거래를 하게 된다”고 설파했다. 정치의 본질이 원래부터 사악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훌륭한 시민이란 정치인이나 여론지도자 등의 주장을 잘 듣고 판단해서 그중 어떤 주장이 가장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는지 결정할 수 있는 능력과 덕성을 갖추는 일이다. 이것이 곧 시민성이다.

‘정치의 해’를 맞아 어지럽고 꼴사나운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정치는 지고지순해야 한다”는 생각을 좀 내려놓으면 오히려 편안하게 정치를 관전할 수 있다.

정치란 ‘가장 이상적인 것’을 선택하는 행위가 아니라 ‘가장 덜 나쁜 것’을 선택하는 행위라는 점을 한번쯤 생각해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