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에 지친 당신의 귀에 리듬을 불어넣어
대중음악에 지친 당신의 귀에 리듬을 불어넣어
  • 이나영 기자
  • 승인 2012.05.12
  • 호수 13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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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쿠바음악에 대한 열정을 지켜온 이들,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사람들의 박수로 가득 찬 공연장. 언뜻 봐도 일흔은 족히 넘어 보이는 이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악기를 집어 든다. 여유로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긴장한 기색 없이 음악을 시작하는 이들. 바로 수십 년 전 음악과 함께 인생의 전성기를 맞았던 쿠바 아바나의 노장들인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멤버들이다.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미국의 기타리스트이자 레코딩 프로듀서인 라이 쿠더가 쿠바 음악가들의 합주를 녹음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1930년에서 1950년 사이의 쿠바 음악을 주도했던 연주자들이 직접 출연해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 무대 위에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멤버들이 공연하고 있다.
감독 빔 벤더스는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다큐멘터리 영화인 만큼 이미지와 음악만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여기서 말하는 ‘이미지’란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 논문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 물음표 달기」에서는 “빔 벤더스는 피사체와의 거리를 제거하거나 군중 속으로 잠입해 들어가고자 안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과거 쿠바음악을 주름잡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멤버들은 쿠바혁명으로 카스트로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회주의 이념을 담은 포크송이 주류를 이룸에 따라 설 자리를 잃게 됐다. 뿔뿔이 흩어져 30여 년 간 각자의 인생을 살던 멤버들이 라이 쿠더에 의해 사라졌던 자신들의 음악을 되찾게 된다. 세월의 흔적을 지닌 주름살이 얼굴에 가득하지만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엔 기쁨이 넘친다.

▲ 이브라힘 페레
이봉재<동아대 실용음악학과> 교수는 “단순한 화성, 반복된 가사 그리고 상업화되지 않은 음악의 순수성이 쿠바음악의 특징”이라며 “밝고 즐겁게 들리다가도 어딘가 알 수 없는 애절함이 드러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순수성과 애절함은 영화에서 드러나는 멤버들의 삶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 가수 이브라힘 페레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대표 가수다. 페레는 ‘쿠바의 냇 킹 콜’이란 찬사를 받으며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음악을 할 수 없던 지난 30여 년 간 구두를 닦고 복권을 팔며 생계를 겨우 유지해왔다. 영화 속에 비춰지는 페레의 거친 손과 얼굴의 주름이 세월의 풍파를 보여준다.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영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노래를 하는 지금은 살아있고 싶어. 좀 더 즐길 시간을 줘야지”라고.

다음으로 눈여겨 볼 인물은 루벤 곤잘레스다. 1919년생인 그는 영화 촬영 당시 여든에 가까운 나이였다. 겉으론 백발의 힘 없는 노인으로 보이는 그가 주름 가득한 손가락으로 힘차게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는 ‘천재 재즈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쳤지만 피아노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으로 살아왔던 것이다.

영화에는 멤버들이 녹음하는 과정, 공연 실황 등이 담겨있어 많은 쿠바음악들이 실감나게 등장한다. 이 교수는 “영화에서 나오는 음악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쿠바음악으로는 ‘찬찬’을 들 수 있다”며 “‘찬찬’은 살사 음악의 모태가 된 음악이며 아프로-쿠바음악의 원류”라고 설명했다. 또 “그룹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사용하는 악기들은 쿠바음악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악기”라며 “이들은 1930년대 쿠바음악을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악기들에는 △트레스 △기타 △콘트라베이스 △마라카스 △클라베 △트럼펫 △봉고 △구이로 △팀발레스가 있다.

쿠바음악은 ‘쿠바 외부에서 연주되는 쿠바음악’이라 일컬어지며 쿠바 내에서보다 국외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이는 쿠바음악은 본래 춤을 위한 음악이었으나 더 많은 애호가를 확보하려 상업화가 이뤄진 탓이다. 상업화로 ‘로맨틱 살사’와 ‘라틴 재즈’와 같은 대중적인 장르가 탄생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대중음악에서도 쿠바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지만 아직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 쿠바음악이 발전하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설 속으로 사라질 뻔 했던 쿠바음악의 거장들을 찾아나섰던 라이 쿠더는 영화 내내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한다. “늘 작곡가가 누군지, 살아 있느냐고 물어요. 살아 있다면 그들을 찾아야죠. 그들은 저 거리에 있을 수도 있고, 저 모퉁이에 있을 수도 있어요.”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일러스트출처: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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