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 없이 자연으로" 영화 속 노자사상의 흔적을 찾아서
"탐욕 없이 자연으로" 영화 속 노자사상의 흔적을 찾아서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2.04.28
  • 호수 13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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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인 제도에 앞선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말하는 노자사상, 이 역시 영화 속 숨겨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지나친 욕심’을 뜻하는 탐욕은 만족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파멸이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노자의 철학서「노자」는 탐욕에 대해 ‘가장 큰 화’라며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화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큰 것이 없으며, 허물은 욕심내 얻으려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중심을 이루는 키워드가 바로 이 탐욕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에서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자기 것이 아닌 음식에 과한 욕심을 부리다 돼지로 변한 치히로의 부모님, 온천장을 관리하는 욕심에 눈이 멀어 다른 데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주인 유바바, 어리광쟁이에 심술궂은 아기 보, 아무렇게나 금을 던지며 사람들의 환심을 사는 가오나시, 갑자기 탐욕스럽게 변한 가오나시를 혐오하는 한편 그가 내미는 돈에 흔들리는 온천장의 직원들은 모두 이런 탐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치히로는 이 중 거의 유일하게 재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인물이다. 치히로는 가오나시가 내미는 사금을 거절하며 노자적 가르침을 실현하고 있다.

또 노자사상에서 여성은 ‘생명의 길’이라 표현되기도 한다. 여성은 천지의 근원이며 따라서 생명력과 직결되는 것이다. 영화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여러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속에서도 여주인공인 소녀 치히로가 해결의 키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공통점이 드러난다. 여성인 동시에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소녀 치히로는 어린 나이임에도 ‘유연성’까지 갖고있다. 이는 「노자」에서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한편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전하는 「노자」의 생각과 같이 영화 속에서는 물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치히로가 일하는 ‘온천장’의 장소에서 치히로가 하는 일은 물청소를 하거나 오물신을 씻기는 일 등이다. 이는 ‘정화’를 의미한다. 또 씻기는 행위를 통해 오물신, 즉 오물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책임을 져야하는 인간이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온천장을 나오게 되는 시점에서 치히로에게 더 이상의 유약함은 없다. 그 힘은 바로 「노자」가 전하는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이 곧 강함”이란 말에 있었을 것이다.

참고: 논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드러난 노자(老子)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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