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 뽑아놨더니 말 바꾸고, “이러니 정치지”
일꾼 뽑아놨더니 말 바꾸고, “이러니 정치지”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2.04.28
  • 호수 13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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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뻘’의 신문사 선배로부터 ‘정치외교학과’를 농담 삼아 ‘정치외면학과’로 부르곤 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다. 오래두고 생각해보니 농담만은 아닌 것 같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외면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할 그들만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갈증은 더 심해지는 것이다.

2008년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로 촉발된 촛불시위에서 많은 사람들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그 세계가 이해되기 시작한 시점이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논란을 낳았던 문제다. 한동안 잠잠해지나 싶었던 이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얼마 전 미국에서 다시 광우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가 불거졌던 것은 다른 어떤 우려들보다도 광우병으로 인해 삶 자체에 대한 위기의식이 앞섰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신문에 났던 광고를 기억한다. 만약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수입을 중단하고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언론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한 홍보물이었다. 그러나 담당자는 사실에 대한 책임을 부정했다. 당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와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실무자이자 현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종훈 의원은 “2008년의 수입중단 광고는 실수였던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흔히 화장실 들어가는 마음 다르고 나오는 마음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 어째 달라도 너무 달라지는 것 아닌가. 광고 속 문구가 정부 측 홍보담당자가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것이었으리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현 여당인 새누리당의 간부급 의원들조차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해 정부의 대처와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의 막강한 권력으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하고 있는 박근혜 의원의 발언만 해도 그렇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의 입장은 어디에서 박수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어디에서. 단 한군데가 있긴 한 것 같지만 말이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국민 또한 마음 편히 정부가 하는 말을 믿고 싶다. 정부가 말하는 ‘선동됨’을 겪고 싶지 않다. 투표자의 과반이 넘게 지지해 세운 어엿한 민주주의 직선제 국가의 대통령과 의회가 아닌가.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위기를 느꼈던 시기에 국민들과 한 약속이 ‘울며 겨자먹기’만은 아니었기를, 그렇기 때문에 그 약속을 착실히 이행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할 그들의 세계를 드디어 이해하게 된 국민들에게, 이런 식의 행보를 보여선 안 된다.

얼마 전에 있었던 총선 당일, 인기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PD가 SNS를 통해 남겼던 “대국민 일꾼 뽑기 오디션 ‘슈퍼머슴K’”란 말이 인상적이다. 잘 해달라고 번거로운 절차를 걸쳐 뽑아놓은 일꾼들이 이제 와서 국민들을 ‘어려운 부탁하는 염치없는 사람들’처럼 보고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러니 정치외면하고 싶지.” 고개 돌려 외면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훤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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