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공론뿐인 국회에 젊은 목소리를
탁상공론뿐인 국회에 젊은 목소리를
  • 이나영 기자
  • 승인 2012.04.19
  • 호수 136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 문제에 관심 드러내기 시작한 대학생들

정치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 시위를 기점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사회에 드러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는 4월 11일에 실시될 제19대 총선에도 대학생들의 참여가 기대되는 추세다.

올해 경남·부산·울산 지역 14개 대학신문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대학생 정치의식 설문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대학생 1천 47명 중 88.3%인 924명이 ‘4·11 총선에 반드시, 혹은 가급적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 내의 부재자 투표소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실시된 부재자 투표 때엔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때의 17곳보다 12곳 많은 29곳의 대학 캠퍼스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한 연세대에선 투표시작 3시간 만에 약 450명의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김관규<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의 선거를 돌아보면 대학생의 선거 참여가 활발했던 때에는 집권세력에 대한 심판 정서가 강하게 표출되곤 했다”며 “이번 선거에서 기대되는 대학생들의 높은 투표율은 정치권력을 교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사회 및 정치 참여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는 “SNS를 통한 네트워크 형성이 사회 및 정치 참여 활동과 연관이 있다”며 “젊은 세대일수록, SNS의 이용률이 높을수록 정치 참여 의도가 높은 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학생들의 정치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모습 뒤에는 SNS의 영향도 있었던 것이다.

이를 겨냥해 최근 정치계에는 SNS를 통해 소통하려는 노력이 일고 있다. 정당마다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으며 정치인들은 트위터로 국민들과 대화한다. 대학생들은 특히 SNS를 자주 사용한다. 정치계의 이러한 노력은 학생들에게 관심을 일으켜 학생들의 정치 참여를 유도했다.

조영호<제 3섹터연구소> 박사는 “학생들은 사회에 직접 발을 담그고 있지 않은 집단이라 정치계에선 미래를 위해 학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려 노력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직접 목소리를 드러내야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20대 헌정방송인 ‘나는 껌수다’가 등장하기도 했다. ‘나는 껌수다’는 ‘나는 꼼수다’를 패러디해 세 명의 대학생이 모여 대학의 문제를 다루며 대학사회를 비판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껌수다’의 진행자인 박솔희<숙명여대 미디어학부 08> 양은 “대학생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해 프로그램 진행자들끼리라도 떠들어보려 한다”며 방송의 시작 배경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학생들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분노해 있는 상태”라며 “비싼 등록금, 취업난 등의 현실이 대학생들의 정치관심을 높여 ‘나는 껌수다’와 같은 정치 비판이 등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의 정치적인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이긴 하나 아직까지 학생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운동권’으로 취급되는 경우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는 “특정 정당을 지지해 당원으로 가입했다”며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운동권이냐는 질문을 받아 잘 밝히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학생 B는 “정치에 관심을 드러내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들이 아직 존재해 SNS를 이용할 때 망설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논문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미디어 이용행태와 정치참여에 관한 연구」는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전체적으로 중도적인 정치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의 대부분이 중도적인 성향을 가졌기에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시선이 쏟아지는 것이다.

조 박사는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해서 ‘색깔론’을 제기하는 등의 부정적인 시선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개인마다 지지하는 정책이나 성향이 다르기 마련인데 그것을 비판하는 것은 의견 표현을 억누르는 행동”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정당들은 학생들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제작해 실시하고 있다. 프로그램에는 △청년위원회 △특강 △봉사프로그램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정책자문단 △정당 방문 프로그램 등이 있다.

김현태<새누리당 청년국> 차장은 “학생들이 당의 이미지를 새롭게 제고하길 바라는 의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층이 지닌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구진영<국민대 국사학과 06> 양은 민주통합당에서 실시하는 ‘대학생정책자문단’에 참여했다. 구 양은 “대학생정책자문단 활동에서 정책 관련 강연을 통해 정치 및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배운 뒤 정책을 직접 만들어보는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 양은 “정책 연구원들을 찾아가 정책에 대한 자문을 구하며 배운 것이 많았다”며 “활동을 통해 나부터 움직여야 사회가 바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대호<아주대 화학과 06> 군은 새누리당에서 실시하는 ‘희망보따리’에 참여 중이다. ‘희망보따리’는 새누리당에서 기획한 대학생 중심의 봉사 조직이다.

정 군은 “지난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에서 진행한 대학생 선거 자원봉사단에 참여한 후로 계속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정치인들과 봉사활동을 함께 하며 정치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군은 “봉사뿐 아니라 평소엔 잘 모르던 정치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학생의 정치 참여는 자신들의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기에 단순한 유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또 “학생들이 겪는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이기에 몸으로 부딪혀 해결하려는 시위나 반란 등이 일어나고 있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해결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기성정치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학생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충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