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엔트로피는 증가하고 있다
지금도 엔트로피는 증가하고 있다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2.04.10
  • 호수 1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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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한 에너지 흐름을 유발하는 산업화

물리학에서의 엔트로피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에너지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 물체가 운동할 때 생기는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라고 하며 물체가 운동하면서 마찰할 때 생기는 에너지를 마찰에너지, 마찰에너지로 인해 생기는 열을 열에너지라고 한다. 예를 들어 공이 굴러가는 상황에서 공이 움직이는 것은 운동에너지, 공을 멈추게 하는 힘은 마찰에너지, 이때 생기는 열은 열에너지다.

류봉우<공학대 기계공학과> 강사는 “이때 운동에너지는 열에너지로 전환된다”며 “이 과정에서 운동에너지는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열에너지, 즉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는 생성되지도 소멸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에너지 보존법칙, 즉 열역학 제1법칙이라고 한다.

열역학 제1법칙에 의하면 열은 에너지의 일종이고 에너지의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면 열이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로 이동하는 현상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열역학 제1법칙만으로는 100℃의 쇳덩어리를 10℃의 물에 넣었을 때 100℃의 쇳덩어리의 열이 10℃의 물과 섞이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쇳덩어리의 온도가 10℃의 물에서 절대로 상승할 수 없는 것처럼 열은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만 이동할 수 있다. 이 성질을 독일의 물리학자 클라우지우스(1822~1888)는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정의했다.

클라우지우스는 열역학 제2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에너지의 열량(Q)을 온도(T)로 나눈 값인 ‘엔트로피(S)’를 정의했다. 엔트로피는 온도에 따라 그 양이 달라지는 열적 상태의 물리량(S=Q/T)을 뜻한다. 100℃의 쇳덩어리와 10℃의 물을 예로 계산하면 엔트로피의 양은 약 90Q다. 류 강사는 “다른 숫자를 대입해 계산해도 결과는 항상 양수×열량”이라며 “이를 통해 엔트로피의 양은 무조건 증가하거나 유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지우스가 정의한 엔트로피 공식에 의해 열역학 제2법칙을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 100℃의 쇳덩어리를 10℃의 물에 넣었을 때의 엔트로피의 값을 구하는 공식이다. 주어진 온도값에 더해진 273.15는 절대온도값을 의미한다. 결과는 항상'양수×열량'이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볼츠만(1844~1906)에 의해 새롭게 정의됐다. 예를 들어 빨간색 기체와 파란색 기체가 동일한 양으로 준비돼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투명 상자에 칸막이를 치고 빨간색 기체와 파란색 기체를 상자 속 각각의 칸에 주입한다. 그리고 칸막이를 치우면 기체는 각자 지키고 있던 영역을 벗어나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혼합된 기체가 된다. 이 과정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설명하는 ‘비가역적 과정’이다. 비가역적 과정은 자연계의 모든 과정은 한 방향으로만 진행된다는 것을 뜻한다. 기체는 처음엔 질서 있는 배열에서 무질서한 배열로 변화했고 볼츠만은 이 현상을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 해석했다.

이후 엔트로피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인간은 매년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자연계의 엔트로피는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를 사용할 때마다 엔트로피는 증가하며 인간은 이를 막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한다. 결국 이 때문에 또 다른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에서의 엔트로피
우리가 석탄을 태울 때 태우기 전과 태운 후의 에너지 총량은 같고 일부는 기체로 바뀌어 대기 중으로 흩어진다. 이 과정에서 소멸되는 에너지는 없지만 다시 원상태로 돌릴 수 있는 에너지도 없다. 석탄을 태우는 행위 자체가 에너지를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엔트로피는 증가했지만 다시 사용가능한 유용한 에너지는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엔트로피를 간단히 말하면 더 이상 ‘일’로 전환될 수 없는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 개념이다. 즉 엔트로피의 양이 증가하면 유용한 에너지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이하 리프킨)은 저서 「엔트로피」를 통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따라 인간계의 에너지는 항상 한계점을 향해가고 있다”며 “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소비된 에너지는 쓸모없는 것이 돼버린다”고 설명했다. 이때 인간계의 엔트로피 총량이 너무 커져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의 이동이 일어나며 새로운 사회, 경제체제가 형성되기에 이른다. 리프킨은 이를 ‘엔트로피 분수령’이라고 말한다.

산업화된 국가들은 엔트로피 분수령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변환하며 살아왔다. 정상적인 에너지 흐름을 무시하고 왜곡된 에너지 흐름을 유발한 것이다. 이로써 현대사회가 엔트로피 분수령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엔트로피 분수령은 인플레이션 현상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인간계의 엔트로피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환경으로부터 유용한 에너지원을 얻어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요구된다. 그 결과 산업사회에서 생산자 입장에서든 소비자 입장에서든 화폐의 가치는 끝없이 상승하게 됐다.

엔트로피의 증가로 에너지원이 고갈됨에 따라 인플레이션 현상은 더욱 격심해졌다. 현재 자연계에 남아있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더 비싸고 복잡한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소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에너지의 소비는 모든 경제적 활동의 기본이며 에너지 흐름에 따라 경제활동은 큰 영향을 받는다.

경제학에서의 엔트로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며 이 금액이 에너지를 사용하고 얻는 가치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점 △후대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르면 자원은 소비될 때마다 미래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진보가 이뤄지는 것은 에너지원이 계속해서 고갈되고 있는 것을 뜻한다. 이 법칙은 경제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 리프킨은 “인간은 경제 분야는 물론이고 공업, 교육, 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금껏 엄청난 진보를 이뤘다고 믿어왔고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엔트로피의 법칙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모두 인간의 환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참고: 도서 「엔트로피」, 「무질서의 과학: 기술문명에 던지는 엔트로피의 경고」
일러스트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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