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도 숭배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숭배한 감독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2.03.17
  • 호수 13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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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1910년 -1998년), 서구의 기법으로 가장 일본적인 영화를 만들다
▲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왜 그토록 구로사와 아키라에게 애정을 갖고 존경을 바치느냐고 묻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를 비롯한 많은 영화인들 중에서 그가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영화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그를 숭배해온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듯 일본이 아니라 세계의 거장이다.

그의 초기 작품은 화려한 기술과 현대적인 구성 방식을 사용하면서 그 형식이 매우 동적이다. 그는 하나의 이야기를 묘사하기 위해 그 장면에 적합한 최상의 영화 기법들을 총동원한다. 미국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정국<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저서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세계」에서 “그의 모든 작품을 보고 나면 그가 가장 일본적인 감독임을 알 수 있다” 며 “가장 현대적인 일본 의식을 잘 대변하고 있는 감독”이라고 밝혔다.

그의 작품에는 일본 특유의 ‘창조적 모방’이 드러나 있다. 이 교수는 “초기에 그는 미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를 토착화시킨 후 보다 뛰어난 형태로 발전시켰다”며 “오히려 서구인들이 자신의 영화를 추종하게끔 만들었다”고 밝혔다. 「라쇼몽」에서부터 그의 일본적인 이미지에 서구적인 기법이 교묘히 배합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살아 생전 “일본을 향해서가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서 영화를 만든다”고 말하곤 했다. 일본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영상 선교사의 역할을 한 것이다.

그의 영화는 암울한 결말이나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절망보다는 밝은 희망과 인간적인 믿음으로 끝맺곤 했다. 영화「라쇼몽」의 원작 소설 「라쇼몽」과 「덤불 속」에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허무주의, 냉소주의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영화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최종적인 믿음과 희망, 휴머니즘으로 발전됐다.

그에게는 ‘무엇을 이야기 하느냐’보다 ‘어떻게 이야기하느냐’ 하는 형식의 문제가 더 중요했다. 이 교수는 “그는 기존의 문법을 깨고 전혀 새로운 미학을 창조하기보다는 이미 창조되고 사용되었던 것을 한 차원 더 높게 발전시키는 데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의 영화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편집, 화면 구성, 사운드, 조명, 색채 같은 요소들에 의해 형식이 구체화된다.

아무리 좋은 주제나 그럴 듯한 소재를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포장하지 않으면 그 의도가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그가 시나리오 단계부터 철저히 작업한 이유다.

이 교수는 “구성은 주제를 강렬하고 효율적으로 드러내면서 내용을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라쇼몽」에서는 한 사건이나 인물을 집중적으로 추적해가는 형식을 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당대의 사회문제나 그 사회 속의 인간의 모습을 분석했다.

그의 영화는 초기에는 매우 역동적이었지만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정적으로 변해갔다. 이 교수는 “카메라를 다루는 그의 기본 원칙이 ‘관객도 영화 속의 인물이 느끼는 것과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떠난지 10년이 넘었지만 그의 작품들은 아직도 지금 세대들에게 찬미의 대상이자 분석 및 극복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참고: 저서「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세계」,「구로사와 아키라의 꿈은 천재이다」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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