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과 사자가 만나 한양을 포효하다
이들과 사자가 만나 한양을 포효하다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2.03.10
  • 호수 136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애교심을 발휘한 학생들

여기 우리학교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쏟아 붓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우리학교 캐릭터 마크를 디자인한 김윤식<디자인대 시각패키지디자인학과 07> 군과 오는 3월 말에서 4월 초 발간 예정인 우리학교 스포츠 매거진 ‘사자후(吼)’의 편집장 조범주<체대 체육학과 09> 군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학교 공식 캐릭터 마크, 제가 디자인했어요"
언제부터인가 현수막, 기념품 등에 사자 모양의 캐릭터가 쓰이기 시작했다. 사자 머리인 줄 알았더니 자세히 보니 ‘한양’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한’은 사자의 얼굴을, ‘양’은 갈기와 귀를 나타내고 있다. 바로 김윤식<디자인대 시각패키지디자인학과 07> 군의 작품이다.

작년 시각패키지디자인학과 부회장이었던 그는 디자인대 학생회가 사용할 깃발의 도안을 맡았다. 처음에는 그가 입학했을 당시 디자인대 단체 티에 쓰였던 마크를 재디자인하려고 했다. 선배가 ‘HY’로 사자 옆얼굴을 그린 마크였다. “아무리 해봐도 아류가 되는 거 같아서 차라리 색다르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양’이라는 글씨를 한 번 넣어 봤죠. 사자 머리와 신기할 정도로 딱 들어맞았어요.”

주위에서 디자인대 안에서만 사용하기에는 아깝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는 많은 사람이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사이트에 캐릭터 마크를 올렸다. “리포트 표지든 티셔츠든 쓰고 싶은 사람은 마음껏 사용하라고 했어요. 파일을 줄 테니 메일을 보내라고 했죠.”

호응이 좋았다. 이렇게 저렇게 바꾸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를 수용해 변경된 캐릭터 마크를 올렸고 피드백이 계속됐다. 그가 디자인한 캐릭터 마크는 그렇게 먼저 인정을 받아가고 있었다.

학교 공식 마크로 추진해보라는 댓글을 보고는 욕심이 생겼다. “일을 한 번 크게 벌여봐야겠더라고요. 캐릭터 마크를 디자인하게 된 계기랑 의미 등을 적어서 우리학교 디자인경영센터로 보냈어요. 그랬더니 협력해서 디자인을 다듬어 학교의 공식적인 마크로 추진해보자는 연락이 왔어요.”

여름방학 동안 수정 작업이 이뤄졌다. 디자인경영센터가 있는 서울캠퍼스까지 가서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캐릭터를 조금씩 다듬는 작업 끝에 국내 대학 최초의 캐릭터 마크가 탄생했다. 김민영<대외협력처 디자인경영센터> 계장은 “우리학교를 대표하는 마크를 재학생이 직접 디자인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캠퍼스 가로등에 김윤식 군이 디자인한 캐릭터 마크를 사용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우리학교는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는 2039년 세계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고자 뉴 한양 2020 발전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 중 하나가 우리학교를 상징하는 브랜드를 확립하는 것이다.

우리학교는 사자를 교수(校獸)로 삼고 있지만 이를 상징하는 것이 부족했다. 사자 캐릭터 ‘하이리온’이 우리학교의 마스코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사용하기에는 다소 실용성이 떨어졌다. 그의 캐릭터 마크는 이런 상황에 단비같은 존재가 됐다. 마크는 UI의 역할도 하면서 다양한 곳에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처음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저한테 우리학교 공식 캐릭터 마크로 지정하자고 했을 때 그냥 학교에 기부하겠다고 했어요. 이건 돈을 받고자 디자인한 것이 아니니 좋은 목적으로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죠. 제가 만든 마크를 학교에서 쓰인다는 것만 해도 큰 영광이에요.” 그는 이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가장 기뻐하셨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후 디자인 사용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이 이어졌다. 그가 디자인경영센터와 협업한 가장 큰 이유였다. 그의 캐릭터 마크는 바탕이 밝을 때는 테두리가 있는 마크를, 바탕이 어두울 때는 테두리가 없는 마크를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양’이라는 글씨도, 사자도 보이지 않는다. 그가 일반적으로 공개해 버리면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사용할 위험이 높았다.

“우리학교 홈페이지의 ‘대학소개’에 들어가서 ‘한양의 상징’을 클릭하면 바로 캐릭터 마크를 내려받을 수 있어요. 사용 가이드라인도 함께 올라와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그는 캐릭터 마크의 올바른 사용을 당부했다.

기자가 전에도 이런 작업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으니 “이걸 시작으로 다른 작업을 많이 했다”며 휴대전화에 저장돼있는 작품을 보여준다. ‘수탉’이라는 글씨로 닭을 표현하고 ‘한양대학교’라는 글씨가 사자가 서있는 모습으로 형상화된 것이 신기하다. 우리학교의 또 다른 캐릭터 마크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고 말하자 아직 수정 단계라 많이 부족하다며 손사레를 친다.

그의 꿈은 컨셉 아트 디자이너다. 그는 SF나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허구적인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말한다. 먼저 국내 게임 회사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하며 경력을 쌓고 외국 영화계로 진출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제가 만약 마크를 디자인하는 일을 하게 된다면 우리학교 캐릭터 마크를 만든 것이 큰 경력이 되겠지만 컨셉 아트 디자이너라는 제 꿈은 바뀌지 않았어요. 그냥 재미있었던, 기억에 남는 일이 될 거 같아요.”                                                           

"우리학교 스포츠 홍보를 위해 스포츠 매거진 창간 결심했어요"
우리학교는 배구, 농구, 축구, 야구, 유도, 체조, 육상, 아이스하키 8종목의 팀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 스포츠 강교다. 서울캠퍼스에 자리 잡고 있는 체육관은 88올림픽 때 배구 경기장으로 쓰이기도 했다. 배구의 한선수, 김세진 선수, 야구의 박찬호 선수가 우리학교 출신이다. 하지만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운동부는 늘 관심 밖이었다.

조범주<체육대 체육학과 09> 군은 “우리학교에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팀이 존재하는데도 학생들이 흥미를 갖지 않는게 아쉬웠다”며 “스포츠 매거진을 창간해 학생들의 관심을 촉구시키고 싶었다”고 창간 이유를 밝혔다.

“경기가 있을 때 체육관에 가보면 관중이 정말 없어요. 그래서 작년에 체대 학생회장을 하면서 응원제를 기획했었죠. 학교 곳곳에 입간판을 세웠어요. 그걸 보고 수업이 끝난 뒤 경기를 관람하러 오는 학생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매거진을 창간해야 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홍보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그는 마케팅 부서도 만들었다. 먼저 스포츠 매거진을 창간한 고려대의 ‘SPORTS KU’, 연세대의 ‘시스붐바’에도 없는 부서다. 두 학교의 스포츠 매거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는 그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작년 여름 우리학교 스포츠 매거진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조금씩 창간 준비를 해나갔다. 구체적인 창간 계획을 세우고 10월 체육부실에 교비 신청을 했으며 올해 1월 최종 승인을 받고 함께 잡지를 꾸려갈 사람을 모집했다. 그렇게 7명의 체대 학생들을 비롯해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식품영양학과, 행정학과, 경영학부 학생 등 총 11명이 팔을 걷고 나섰다. 주말마다 스터디룸이나 카페 등에서 함께 공부하며 기사를 쓸 준비를 했다.

“다들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요. 그 관심으로 글쓰기에 도전한 고마운 친구들이죠. 함께 연습기사를 쓰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제가 편집장으로 있긴 하지만 같이 배우는 입장이에요.”

잡지의 제호는 우리 학교 응원가의 제목을 따 ‘사자후(吼)’로 지었다. ‘사자가 울부짖는 소리’라는 뜻이 우리학교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지금은 서울캠퍼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잡지가 자리를 잡아가면 ERICA캠퍼스로 범위를 확대시킬 계획이다.

예산 문제가 있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잡지는 3천 부 이상 발행할 예정이다. 잡지는 서울캠퍼스뿐만 아니라 학교 앞 카페, 주변의 초ㆍ중ㆍ고등학교에도 배포할 예정이다.

“단순히 정보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잡지가 됐으면 좋겠어요. 미국은 대학에서 농구 경기가 열리면 그 지역 축제 같은 분위기가 형성돼요.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죠. 제 장기적인 목표에요.”

잡지의 기본적인 구성 계획도 끝마쳤다. 잡지의 앞부분은 선수들 프로필과 함께 잡지 준비 과정을 담은 기사를 실을 예정이다. “제일 먼저 스포츠 매거진을 창간한 고려대를 많이 참고하고 있어요. 그런데 준비과정에 대한 세세한 기록이 없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경희대, 중앙대 등 타대학에서 스포츠 매거진을 창간하려고 할 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록해 놓고 싶어요.” 그는 뒤따라 걸어올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함께 하고 있었다.

▲ QR코드를 인식시키면 '사자후(吼)'의 페이스북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대학 스포츠만의 매력은 아마추어리즘이라고 봐요. 선수들은 아직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에 승부에 대한 집착보다는 경기 그 자체를 평가해요. 또 포기할 수 있는 것도 포기 하지 않고 굉장히 열심히 해요. 젊어서 응원에 민감하기도 하고. 그런 모습이 매력 있는 거 같아요.”

경기에서 관중들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창간 준비호에 류윤식<체대 체육학과 08> 군의 인터뷰 기사를 준비한 이유다. “이번에 배구 실업팀으로 간 선수에요. 그래서 경기할 때 관중이 없었던 경험이 있을 거에요. 그걸 살려서 인터뷰를 진행할 계획이에요.”

마지막으로 그는 학생들에게 대학 스포츠에 관한 관심을 부탁했다.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과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것은 확실히 생동감의 차이가 있어요. 대학 리그 같은 경우에는 선수들과 관객들간의 소통도 많아 재미있는 경우가 많죠. 경기장에 와서 응원하다 보면 자연스레 ‘한양대’라는 목소리가 나와요. 애교심이 어느 정도 있나 시험 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되니까 많이 와서 관람했으면 좋겠어요.”

사진 류민하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