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적인가 친구인가
이들은 적인가 친구인가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2.03.10
  • 호수 136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사분계선에서 그들은 무엇을 공유했는가

‘탕탕탕…!’ 총성이 울린다. 북측 초소에서 북한군 두 명이 사살됐고 군사분계선에는 남측 병사 한 명이 쓰러져 있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쓰러져 있던 남측 병사 이수혁 병장.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 소피 장 소령에게 임무가 주어진다. ‘누가 총을 쐈는가’가 아닌 ‘왜 총을 쐈는가’를 수사하라!

적이 아닌 친구로 만난 네 병사

▲ 북측 병사 오경필 중사가 지뢰를 밟은 남측 병사 이수혁 상병을 위협하고 있다.

남측 병사 이수혁 병장과 남성식 일병, 북측 병사 오경필 중사과 정우진 전사. 이들은 모두 공동경비구역의 경비병이다. 이수혁 상병(영화 속에서 병장으로 진급되기 전 상황)은 군 대열로부터 벗어나 지뢰를 밟지만 오경필 중사와 정우진 전사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진다.

이를 계기로 이수혁 상병은 북측 초소와 편지를 주고 받기도 하고, 북측 초소로 넘어가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수혁 상병이 병장으로 진급할 때도 오경필 중사는 선물을 준비했고 정우진 전사의 생일에는 남성식 일병이 선물을 준비한다.

정우진 전사의 생일에 새로운 인물인 북측 경비병 최 상위의 등장으로 영화 분위기는 반전된다. 우정을 나누던 장소였던 북측 초소는 총성으로 가득차고 최 상위와 정우진 전사는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관객들은 네 병사들을 민족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우리 민족의 삶을 되돌아본다. 이로써 네 병사들은 민족정서를 끄집어내 혈연 공동체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JSA」를 전개하는 총기난사 사건
총기난사 사건은 「JSA」의 전개를 이어나가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영화 첫 장면에서 총을 ‘누가 쐈느냐’가 아닌 ‘왜 쐈느냐’라는 화두를 제시해 총기난사 사건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할 것을 암시한다.

「JSA」는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비연대기적 배열을 채택하고 있다. 즉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후인 ‘현재’와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기 전 ‘과거’를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권희돈<청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인간의 모든 현재는 과거의 결과”라며 “현재의 흐름 속에서 과거가 나오는 것은 좋은 영화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는 총기난사 사건이 가장 중요한 ‘결과’이며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이 남북 장병 간의 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비연대기적 배열이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에 대해 권 교수는 “과거와 현재가 일관성 있게 배열됐을 때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예로 「JSA」에서 북측 초소에서 우정을 나누는 장면이 총기난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삽입돼 나타난다.

이수혁 장병은 영화 말미에 자살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이로써 ‘현재’와 ‘과거’가 하나로 융합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게 된다. 하지만 권 교수는 “이수혁 장병의 자살을 비극으로 보지 않고 더 이상 누구도 피해 받지 않는 유토피아적인 결말로 본다면 가장 훌륭한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판문점, 분단의 상징이자 대화의 현장
판문점은 결과적으로 총격사건이 일어난 갈등과 증오의 공간이지만 남북 장병 간 우정을 나눴던 화해와 공존의 공간이기도 하다. 권 교수는 “영화에서 총격사건은 정치적이라기보다 사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배경인 판문점은 엄밀히 말하자면 지역의 이름이다. 휴전선 전역에서 남북이 비무장으로 서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이 지역의 공식 명칭은 ‘공동경비구역’이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유엔군과 북한군이 공동경비를 담당하고 있고 남ㆍ북한의 행정 관할권 밖에 있는 특수한 지역이다.

1951년 휴전회담이 이곳에서 열리면서 정식으로 판문점을 회담장소로 지정했다. 1953년 조인된 휴전협정에 따라 남과 북은 합의하에 비무장지대를 만들었다. 홍용표<사회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화 속 소피 장의 역할처럼 실제로 중립국 감독위원회는 남북 상호간 휴전협정을 감독하고 이를 위반한 사항이 있는지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중립국 감독위원회 외에도 공동경비구역은 서로 필요한 사항을 협의하기 위해 ‘군사정전위원회’를 두고 있다.

홍 교수는 “한반도를 둘로 나눈 군사분계선 상에 있는 판문점은 흔히 ‘분단의 상징’으로 일컬어진다”며 “한편 휴전회담 이후에 남북 간의 각종 접촉이 이뤄져 ‘대화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참고: 도서 「공동경비구역 JS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