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숲보다 나무를 봐야할 때
이제 숲보다 나무를 봐야할 때
  • 한대신문
  • 승인 2012.03.04
  • 호수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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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임덕호 총장의 취임 이후 분권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서울캠퍼스는 경영부총장, 교학부총장 이원화 체제가 갖춰졌으며 ERICA캠퍼스도 새로 부임한 ERICA부총장을 중심으로 학·연·산 클러스터 발전에 특화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각 행정팀 단위에서도 자율책임 경영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각자 배분받은 권한으로 책임의식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게 해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분권화를 시작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아직 학교 행정은 목표한 좋은 취지에 반해 세부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선 대비가 미비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학생들이 체감하는 많은 곳에서 분권화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단대별 자율 장학제도의 혼란을 들 수 있다. 장학제도가 바뀌고 나서 단대별로 장학금 지급 기준이 달라졌다. 지도교수 심사평정을 반영하는 단대가 있는 반면 출석률, 직전학기 장학용 평균 평점 등을 활용하는 단대도 있다. 어떤 단대는 아예 과별로 장학생 선발 기준이 다르다. 학생들은 자신이 얼마나 장학금을 받을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학생 자치단체 지원 또한 단대별로 천차만별이다. 경상대 학칙에는 학생들의 학회 활동이 명문화 되어있지만 공학대 학칙 상으론 학회가 행정팀의 지원을 받을 근거가 없다. 이에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단체도 있다.

분권화 시행 초기에 일어나는 과도기적인 문제라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분권화를 시행하기 이전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학교는 분권화를 해야하는 이유만 내세웠지 일어날 혼란을 줄이는 데는 미흡했다. 책임은 흩어졌지만 과연 각 단위는 충분히 책임을 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자성해야 한다. 분권화가 대학본부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도구로 쓰여져서는 안된다. 대학본부는 각 단위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변화를 위해 큰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구성원들이 받을 영향이 어떤 것일지 세심하게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변화는 결국 구성원들에게 득이 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분권화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큰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추진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학교는 신속하게 사례를 수집하고 원인을 분석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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