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사랑한다면 '미자'처럼
시를 사랑한다면 '미자'처럼
  • 이나영 기자
  • 승인 2012.03.04
  • 호수 13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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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와 영화 「일 포스티노」의 공통점 찾기

 

▲ <문화강좌에서 시 강의를 듣고있는 '미자'>
미자는 경기도의 작은 소도시에서 이혼한 딸이 맡기고 간 중학생 손자와 힘겹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치매를 앓지만 우연히 문화강좌를 들으며 '시'에 대한 열망을 품는다. 미자는 생활보조금과 중풍에 걸린 노인을 간병하며 버는 돈이 전부인 고달픈 현실에 처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66세라는 나이에도 레이스 달린 옷과 모자를 즐기는 '소녀다움'을 지녔다.

영화 「시」도 영화 「일 포스티노」의 마리오처럼 순진하기만 했던 미자가 ‘시’를 알게 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를 쓰기 위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느끼려던 미자는 손자가 저지른 여학생 폭행 사건이라는 현실을 마주한다. 미자는 시를 통해 주변의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지만 그럴수록 부정한 현실을 더 바라보게 된다.

왜 미자는 현실을 직시하고서야 시를 쓸 수 있게 된 걸까. 이에 대해 논문 「영화를 통해 본 ‘쓰기’의 의미」에서는 “글을 쓴다는 것은 은밀히 숨어 있던 것을 들춰보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또 논문에서는 “미자와 마리오가 시를 쓰는 행위는 힘겨운 현실과 일상을 잠시나마 잊기 위한 것이다”라며 “두 주인공에게 ‘시 쓰기’는 현실을 잊게 하며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고 두 영화에서의 ‘시 쓰기’를 규정한다.

두 영화 모두 체험에서 우러나온 ‘시 쓰기’를 강조한다.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파블로 네루다는 제자 마리오에게 “감정을 직접 경험해야 시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바닷가를 거닐며 느낀 것을 표현함으로써 시를 배우라고 가르친다. 영화 「시」의 문화강좌 시인도 사물을 다양하게 볼 것을 강조한다. 사과를 예로 들어 “보는 것만이 아니라 깨물어보기도 했어야 사과를 진짜 본 것”이라며 말이다.

미자와 마리오의 글쓰기는 개인적인 행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글이다. 마리오의 글은 네루다의 사회주의 사상을, 미자의 글은 아들이 폭행한 여학생의 희생을 환기시킨다. 논문에서는 “두 주인공이 읽는 이에게 무언가를 기억하게 하고 성찰하게 하는 것이 글쓰기의 주요 역할임을 보여준다”라고 말한다.

미자는 문화강좌 수강생 중 유일하게 시를 쓴 학생이다. 시는 손자가 폭행한 여학생의 시선에서 세상에 보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논문에서는 "미자의 시는 죽은 여학생의 영혼을 달래고 손자의 잘못을 용서받기 위한 속죄의 한 방식으로 표현된다"고 말한다. 이 시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미자의 목소리로 읽히다가 죽은 여학생의 목소리로 이어진다.

마지막 시 한편을 남기고 자살을 선택한 미자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시를 읽는 미자와 여학생의 목소리는 그들의 이미지가 겹치면서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두 주인공이 시를 쓰고 싶어 했기에 시가 그들을  찾아와 만날 수 있었다. 시를 열망했기에 시를 통해서 변화할 수 있던 것이다. 글쓰기는 특정인에게만 필요한 것도, 능력이 있는 사람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는 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다.”(영화 「일 포스티노」중)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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