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는 한국 문화인가
한류는 한국 문화인가
  • 한대신문
  • 승인 2011.12.05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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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Pop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더해가며 신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혹자들은 한류가 곧 ‘한국 문화’라고 볼 수는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한류는 ‘한국 문화의 정체성이 반영된 대중문화’라기 보다는 ‘미국 대중문화를 한국에서 보세가공해 수출한 문화상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류는 한국인에 의해,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한국 문화’라고 불릴 자격이 없는 것일까.

한국 대중문화가 한국의 고유한 전통문화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대중문화 자체가 본래 서양, 특히 미국의 대중문화가 유입되어 형성된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울러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인접해있으면서 우리보다 앞섰던 일본의 대중문화가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미쳐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우리 대중문화가 미국 문화나 일본 문화의 직수입품이라고 할 수도 없다. 요컨대 한국의 대중문화는 여러 나라에서 유입된 외래문화가 한국적 정서로 걸러져서 변용된 혼종문화인 것이다. 따라서 한류는 성립과 기원을 따져보거나 혹은 문화적 콘텐츠의 특성 면에서 보거나 본질적으로 혼종문화라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작금의 신한류 붐을 주도하고 있는 댄스뮤직은 혼종문화로서의 한류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중국에서 최초로 한류 붐을 일으켰던 아이돌 그룹 H.O.T는 일본의 아이돌 보이밴드 스타일의 외모를 가지고 미국식 힙합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노랫말은 대개 전형적인 한국식 사랑타령이었다. H.O.T를 필두로 하여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을 배출한 SM엔터테인먼트는 실제로 세계 각국 수백여 명의 작곡가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곡들을 제공받고 있다. 그래서 예컨대 유럽 작곡가의 곡에 한국 작사가가 가사를 붙이고 미국이나 일본의 안무가가 댄스동작을 구상하면 한국식 훈련 시스템을 거쳐 매력적인 글로벌 문화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이처럼 K-Pop은 서양음악과 동양적 요소를 잘 융합시켰기에 다양하고 독특한 ‘맛’을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만약 우리나라의 고유하고 전통적인 문화만을 고집했다면 지금과 같은 한류 열풍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류가 과연 ‘한국 문화’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요즘과 같은 세계화·다문화 시대에는 부질없는 질문일 수도 있다. 그 시초가 어디에서 왔건 지금 우리가 즐기고 있다면 그게 곧 한국 문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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