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 웡카, 윌리 웡카, 놀라운 초콜릿쟁이!”
“윌리 웡카, 윌리 웡카, 놀라운 초콜릿쟁이!”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1.12.05
  • 호수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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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지만은 않은 초콜릿 세계,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선한 어린이 찰리 버켓은 어느 겨울, 일생일대의 행운을 만나게 된다. 세계적 초콜릿 ‘웡카 초콜릿’의 소유주 윌리 웡카의 초대장을 얻고 비밀에 싸여있던 그의 공장을 견학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찰리와 함께 4명의 어린이가 더해져 들어가게 된 거대한 공장은 한 명의 보호자만이 함께 동반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여정을 시작하는 찰리와 아이들의 앞에 굳게 닫혔던 공장의 문이 활짝 열린다. “윌리 웡카, 윌리 웡카, 놀라운 초콜릿쟁이”란 노래와 함께였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중심을 이루는 인물은 웡카 초콜릿 공장의 소유주 윌리 웡카와 가난한 어린이 찰리다. 어린 시절 단 것을 좋아했으나 치과의사인 아버지로부터 극도의 압박을 받고 초콜릿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던 윌리 웡카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초콜릿 공장을 세워 크게 성공한다. 그러나 이후 누군가의 배신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공장의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무슨 이유에선지 윌리 웡카는 5명의 아이들에게 공장 견학을 허락한다. 웡카 초콜릿에 5개의 초대장을 넣어 무작위로 선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어딘가 불안정한 모습이다. 찰리의 할아버지가 과거 윌리 웡카의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말하자 “그럼 당신이 스파이였냐”며 한순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오세란 어린이문학평론가는 “어린 시절 욕망을 억압받은 윌리 웡카는 어른들의 시각에 아이를 맞추려 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어린시절 그가 우스꽝스럽게 달고 있던 치아교정기 역시 어른의 시각에서는 ‘잘못된 것을 교정하는 것’이지만 어린아이에게는 그저 고통일 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끼던 초콜릿들을 아버지가 장작 속에 넣어버리는 모습을 지켜만 보던 윌리 웡카가 이후 거대한 초콜릿 공장을 세우는 극단적인 반작용을 보여주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 <윌리 웡카의 공장에서 일하며 아이들이 잘못하는 순간 나타나 노래를 부르는 움파룸파족>

‘환상적’인 윌리 웡카의 세계관과 걸맞게 그의 공장 역시 어린이들의 환심을 살만한 먹을거리와 발명품으로 가득하다. 초콜릿 폭포와 초콜릿 나무, 텔레비전 화면 속으로 몸이 옮겨지는 초콜릿, 녹지 않는 초콜릿 등이 그렇다. 오 평론가는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은 현대사회를 나타낸다”며 “기괴하게 나타나는 판타지적 초콜릿 공장의 모습을 통해 사회의 거대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관객들로 하여금 충격을 받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한 공장의 주인이자 어른이지만 어설픈 어린아이 같은 면모를 갖고 있는 윌리 웡카에 비하면 찰리는 오히려 자신보다 가족들을 먼저 생각할 줄 안다. 욕심이 많아 살이 잔뜩 찐 아우구스투스나 그저 자신밖에 모르는 부잣집 딸 버루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버릇이 없는 바이올렛, 잘난 척하는 마이크 등 다른 아이들 역시 찰리와 대조를 이룬다. 영화는 이를 통해 이기적인 아이들과 그들을 잘못된 길로 이르게 하는 부모들을 비판한다.

이런 점에서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보여주는 표면적인 메시지는 다소 전형적이다. 착한 어린이 찰리에게만 좋은 결말이 주어지는 권선징악적 교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오 평론가는 “어른들의 위선을 어린이의 시각에서 풍자하며 그들이 가진 자유와 욕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했다.

공장에는 움파룸파족이란 특별한 존재들도 있다. 과거 웡카 초콜릿 공장의 기술을 팔아먹은 스파이 때문에 일반 노동자들에 대한 신뢰를 잃은 윌리 웡카는 밀림지역에 사는 움파룸파족을 만나게 된다. 다소 불안한 환경인 밀림에서 살던 이들은 웡카를 따라 그의 공장으로 들어와 신나는 생활을 한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제국주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어떤 측면에서 윌리 웡카는 코코아를 대가로 움파룸파족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공장에서 새로 개발하는 초콜릿의 실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윌리 웡카의 인간적 배려는 한계적이다. 아이들에게 덜 개발된 초콜릿을 먹지 말라고 말하며 덧붙이는 그의 말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실험실에서 20명의 움파룸파 사람들에게 20번이나 시험해봤지만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블루베리 열매 모양으로 변해버리더군요. 속상해요. 뭐가 잘못된 건지 이해할 수 없어요.” 이는 움파룸파족의 안위에 대한 걱정이 아닌 실험 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전형적이 백인 자본가의 모습이었다. 아이 같은 어른과 어른 같은 아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온전히 환상이었던 것은 아닌 것이다.

참고: 논문 「찰리와 초콜릿 공장: 전래동화 특성과 가족주의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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