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사회비판
대중문화의 사회비판
  • 피종호<인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 승인 2011.11.28
  • 호수 1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피종효<인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미디어문화로서 대중문화가 사회 친화적으로 작용한 지도 오래된 듯하다. 이제는 대중문화가 결핍이나 저항을 표출하는 하위문화는 아니다. 하위집단의 저항이라기보다는 이전보다 폭이 넓은 대중의 공감대를 넓혀가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대중문화는 문자 그대로 많은 사람들의 문화이다. 대중문화는 태생적으로 하위주체의 문화이기 때문에 비판적 힘이 없었다. 이러한 대중문화를 이론적으로 처음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 중반부터이다. 문화연구가이자 영화이론가인 독일의 지그프리드 크라카우어는 그 대표적인 사람이다. 당시 프랑크푸르트 신문의 주필이었던 그는 신문지상에서 대중문화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의 영향으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은 권력자에게 이용되어 대중을 조작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문화산업 및 대중문화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엘리트문화와 대립되는 ‘우둔한 집단’의 문화인 대중문화는 1960년대에 들어서 대중의 인기를 얻는 팝문화로 지칭되면서 새로운 관심을 얻게 되었으며, 1980년 이후부터는 문화연구의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영국을 중심으로 대학제도권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회비판의 학문적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의 대학에서 대중문화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관심을 보인 것은 최근의 일이다. 대중문화는 생산자, 텍스트, 관객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몇 년간 영화, TV드라마, 뮤지컬 등 대중문화에서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가족담론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가족담론이 부각되었는데, 이는 특히 텍스트를 재구성하면서 대중문화의 큰 부분이 된 수용자인 관객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거대해진 관객과 함께 가족담론에 대한 비판이 이제는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확산되기 시작하고 있다.

 얼마 전 영화 「도가니」가 화두가 되더니 요즘은 영화 「완득이」가 미디어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도가니」가 장애아동에 대한 성폭력과 교사직 매수를 다루고 있다면 「완득이」는 가난한 장애인,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 등 다문화가정, 성장기 학생의 따돌림 및 무너진 공교육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이른바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 대한 대중문화의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와 김려령의 소설 「완득이」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들은 문학이 지니고 있지 않은 시각성을 부각시키면서 수백만 명에 이르는 거대집단인 관객들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 두 영화의 경우 사회에 미치는 미디어의 효과라는 측면에서 문학을 능가하고 있는 것 같아 이미지시대에 대중문화의 힘을 실감하게 한다.

사회를 비판하는 대중문화의 영역이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 대중문화는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다루면서 점점 더 사회에 강한 비판적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중기만으로 비판을 받는 대중문화가 이제는 대중을 ‘계몽’하면서 사회를 비판하는 힘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디어시대에 대중문화의 힘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