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고 싶니? ‘10X10’에 놀러와!
튀고 싶니? ‘10X10’에 놀러와!
  • 박욱진 기자
  • 승인 2011.11.21
  • 호수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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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으로 10점에 만점에 10점, 이문재<텐바이텐> 대표

▲ 생활용품이 진열돼 있는 텐바이텐 대학로점 2층 리빙샵에서 이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텐바이텐의 물건들은 어딘가 특별했다.


엘빈 토플러가 주장한 가설, ‘제3의 물결’은 현실이 돼 삶 속에 흘렀고 이미 우리는 ‘정보 사회의 대양’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어디선가 ‘감성’이란 새로운 물결들이 조금씩 우리의 대양에 흘러오는 것을 느끼지 않는가. 여기 감성의 물결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모였다. 바로 텐바이텐! 


새로운 것을 찾자

이문재 대표는 처음부터 쇼핑몰을 운영할 생각은 없었다. 우리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설계사무소에 취직했다. 1년 정도 사무소 생활을 하던 중 대학 동기에게서 새로운 일을 해보자는 제안이 왔다.

“현재 이사직을 맡고있는 이창우 동기가 직장생활을 하다 좋은 아이템이 생각나서 쇼핑몰을 제안했고 건축학과 92학번 동기 다섯 명이 모였습니다. 1년 정도 해보고 실패해도 다시 건축사무소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재밌겠다 싶어서 시작했죠.”

사실 말이 좋아 창업이지 다섯 명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게 고작일 정도였다. 창업에 대한 자본, 경영지식은 전무한 상황. 다섯 명은 회사에 필요한 직책을 나누고 각자의 업무에 매진했다. 소꿉놀이처럼 시작했지만 그렇게 텐바이텐은 첫걸음을 뗐다. 뭔가 다른 것을 찾자는 생각에 의견을 모았다.

“일반적인 문구류와는 색다른 물건들을 구했어요. 공책 표지만 밝은 단색으로 만들어도 주목받았을 때였거든요. 비싸지만 특이한 디자인 상품들을 모아서 팔았던 거죠.”

창업이 쉬운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 대표와 친구들도 처음에는 꽤나 고생했다. 다섯명이 모은 자본금이 1천만원,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했던 동료들이 1천만원, 가족, 친구 30명에게 백만원씩 빌린 3천만원을 합쳐, 창업하기엔 적은 돈 5천만원으로 시작했다. 사무실도 없어 설계사무소에 남는 자리를 빌려 쇼핑몰을 운영했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그래도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친구들과 도와준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싶었다.

“근근이 운영하다 사업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난 2002년 4월, 이렇게 운영해도 되겠냐는 말이 나왔죠. 힘에 부치더군요. 마케팅 비용이 없어 광고도 못하던 시기였어요. 아는 사람들이 사거나 입소문에 의존했죠. 그래도 처음에 결심한 대로 1년만 해보자고 해서 뚝심있게 버텼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해 월드컵이 있었어요. 월드컵 때 다 나가서 축구보지 누가 인터넷 쇼핑하겠습니까. 차라리 매출 신경쓰지 말고 월드컵 기간 때 사이트를 새롭게 바꿔보자고 결정했습니다. 이 때 생긴 게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상품들을 파는 ‘디자인핑거스’에요. 상품을 의인화 하거나 상황극을 만들어 고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죠. 이렇게 새로 오픈한 사이트를 점점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다르다, 특별하다

텐바이텐은 종잡을 수가 없다. 무엇을 파는지 알 수 없다. 학용품을 팔았다가도 다른 페이지에는 카메라를 팔고 있다. 그래도 공통점은 한 가지 있다. 평소에 접하는 상품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텐바이텐의 물건은 본래의 기능 외에도 특이한 모양과 이야기가 녹아있다.

“저희는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판매해요. 우리는 스스로 ‘생활감성채널’이라 불러요. 감성이 핵심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책을 판매할 때도 전부 취급하는 게 아니라 고르고 골라서 고객들에게 제안하는 거죠.”

아이폰이 스마트폰 업계 정상에 올라설 수 있음엔 애플의 기술력 그 이상이 있다. 사람들은 애플의 신화에 동참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감성의 시대다. 상품에 의미와 이야기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달리 초기 쇼핑몰의 최우선 고려요소는 품질과 가격이었다. 텐바이텐도 초기에는 냉담한 반응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확신에 찬 승부수가 있었다.

“마니아층을 노렸어요. 특이한 물건을 써 튀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했어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는 여권케이스가 없었는데 어떤 디자인 회사에서 여권케이스를 만들었어요. 이 새빨간 여권케이스가 나오긴 전까진 여행사에서 주는 칙칙한 케이스가 전부였죠. 정말 새로웠죠. 여권케이스는 보여주는 겁니다. ‘딱’하고 꺼내면 빨간색이라 확 튀잖아요. 텐바이텐도 빨간 여권케이스처럼 뭔가 색다른 물건을 보여주니 주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텐바이텐은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 말고도 문화강좌 강습소와 까페를 운영한다. 대학로에 있는 ‘핑거스 아카데미’는 드레스 만들기, 공예실습 강좌 등을 운영한다. 퇴근 후 취미생활을 위해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다. 홍대 쪽에는 cafe1010이 있다. 텐바이텐 소품들로 채워진 카페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하고 싶어서 한 거죠. 특별히 감성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텐바이텐이 생활의 한 요소가 될 수 있었으면 했죠. 이런 생각들이 확장되고 고객들에게 생활감성의 통로를 늘려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해봐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원래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아버지가 되는 게 어렸을 때 꿈이라고 말한다. 평범한 아버지가 될 수 있다면 그냥 만족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과 다르게 지금은 기업을 이끌게 됐고 내성적인 성격도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 좋죠. 세상에 자기의 이상과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꽤 있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행운아라 생각해요. 하고 싶었던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니 매 순간이 기쁘죠.”

쇼핑몰을 하고 있지만 원래는 건축이 전공이다. 4년을 넘게 배운 전공을 떠나 전혀 다른 일을 하려면 큰 결심이 있어야 한다. 미련도 많이 남았을 것이다.

“제 생각에 쇼핑몰과 건축학은 굉장히 비슷해요. 특히 설계쪽으로 접근하면 단순히 ‘아름답다’고 설명하면 안되거든요. 내가 어떤 컨셉을 가지고 만들었는지 드러나야 해요. 쇼핑몰도 마찬가지죠. 상품이 예쁜 것 보단 컨셉을 정하고 왜 이렇게 판매했는지가 중요한 거죠. 생각을 결과로 만들어내는 겁니다.”

1학년 때는 학점관리, 2학년 땐 대외활동, 3학년 땐 인턴, 4학년 땐 취업활동. 정말 바쁜 학생들. 대학의 낭만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대표가 후배들에게 줄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취직이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은 많이 다른 거 같아요. 1학년 때부터 엄청 열심히 하잖아요. 우리 1학년 때는 ‘학점관리 왜 하지’란 생각을 했죠. 너무 각박한 것 같아요. 젊은 나이에 1년은 큰 게 아닌 것 같아요.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해야한다고 봐요. 기간은 정해야 되고요. 저도 기간을 정했기 때문에 계속 노력할 수 있었고 만약 잘 안됐어도 깔끔하게 그만할 수 있었겠죠.”              

사진 류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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