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의 미래
‘완득이’의 미래
  • 김미영<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 승인 2011.11.20
  • 호수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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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영<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이번 학기는 수업의 장을 확대해 강의실에서 영화관으로 이동한 것이 두 번이나 된다. 영화 「도가니」와 「완득이」 때문이다. 다문화적 체험이 드러나면서 이 시대의 ‘소수자’ 양상을 살펴보는 소설교육의 주제와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두 작품의 주인공 특성이 일치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모두 장애인, 혼혈인, 국제이주결혼여성을 다룸으로써 우리 사회의 구성원에 나타난 급격한 변화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두 편의 영화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소수자’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한다.

최근 들어 영화의 위력이 강하게 부각되었다. 영화  「도가니」를 보면서 이를 실감하였을 것이다.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와 맞물려 세인의 관심을 받았던 황동혁 감독의 「도가니」는 일사부재리의 원칙 때문에 재수사를 할 수 없다는 인화학교에 대한 수사를 전면 재개시켰다. 더 나아가 ‘도가니법’이라는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하도록 했다. 이 법은 장애인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관객수 470만 명을 동원한  「도가니」는 이제 새로운 주자  「완득이」로 이어지고 있다. 이 영화도  「도가니」처럼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자못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영화  「도가니」가 원작 소설보다 감동적이었다. 반면,  「완득이」는 영화보다 소설이 더욱 감칠맛 나게 다가왔다. 「완득이」는 소수자 가족이자 다문화 가족인 완득이의 성장담이라 할 수 있다. 김려령의  「완득이」는 재미있게 읽힌다. 신예작가라고 할 수 있는 김려령은 이 작품의 무거운 주제를 날렵하게 풀어내고 있다. 박장대소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재미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감동을 함께 어우러지게 하였다. 이러한 힘은 이 작품이 지닌 드라마적 문체와 카니발적 특성에서 비롯한다.

완득이는 난쟁이라는 장애인의 아들임과 동시에 베트남(영화에서는 필리핀) 어머니를 둔 국제결혼 이주민의 아들로서 소수자에 해당하는 ‘혼혈아’다. 그러나 그의 불우한 가정환경에 비하면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매우 ‘코믹’하다. 이 소설의 해학적 분위기는 러시아의 문학이론가인 미하일 바흐친의 카니발 이론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민족, 계급, 성의 해방을 담지하고 있는 카니발 이론은 축제의 장을 만들어낸다. 축제의 무드는 주로 욕설, 비어, 배설, 신체 하부구조의 극대화, 음식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요소들이  「완득이」에서는 변형된 모습으로 구성되었다. 불우한 가족환경에 있었던 완득이는 이러한 카니발을 통해 불행한 생활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교사의 역할이다. 다문화 사회를 인식하고, 학생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지닌 교사의 역할이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담임 선생님 ‘똥주’는 이러한 교사상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교사상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일탈적 모습도 지니고 있다. 그의 욕설은 제자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제자와 소통할 수 있는 교사가 되었으며, 사회의 소수자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행동은 다문화 사회가 원하는 시민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이 작품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외국인 노동자 vs 한국인 고용인, 열등생 vs 우등생, 가난 vs 부, 장애 vs  비장애와 같은 대립적인 양상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을 안일한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래서 완득이의 해피엔딩이 허구의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진정, 현실세계에서의 완득이와 장애인 아버지, 외국인 어머니에게도 행복한 미래가 펼쳐지기를 바란다. 영화  「도가니」처럼  「완득이」도 커다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는 관객들의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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