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 말이 나를 물려고 해”
“엄마, 저 말이 나를 물려고 해”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1.11.12
  • 호수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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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무서웠던 꼬마 한스에게 대체 무슨 일이
프로이트는 저서 「꿈의 해석」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연구들을 통해 정신 분석 활동을 계속한다. 프로이트는 특히 오이디푸스콤플렉스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이디푸스는 의도치 않게 자신의 부친을 죽이고 모친과 결혼한 후 모든 진실을 알게 돼 절망하는 인물이다. 사람의 무의식 세계를 성과 관련지어 분석하던 프로이트에게 남성이 아버지를 미워하고 어머니에게 성적인 애착을 갖는 오이디푸스콤플렉스는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꼬마 한스의 사례는 1909년 처음 발표된 것으로, 오이디푸스콤플렉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남자 아이 한스는 말(馬) 공포증에 걸렸고 프로이트는 이를 치료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한스에게는 또 다른 사실이 관찰되고 있었다. 세 살이 되기 전부터 자신의 성기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느 날 한스는 자신의 성기를 만지다가 어머니에게 들킨다. 어머니는 “또 그 짓을 하면 박사님을 불러서 네 고추를 떼버릴 것”이라고 한스를 위협하는데, 이때부터 한스의 ‘거세콤플렉스(불안증)’가 시작된다. 이후 한스는 엄마가 자신을 목욕시키며 성기에 손을 대지 않는 것에 대해 왜 손을 대지 않느냐 묻고 엄마는 “점잖지 못한 것”이라고 답한다. 프로이트는 이 사건이 한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한스에게 말 공포증이 생겨났다. 시작은 네 살 무렵 엄마가 자신을 떠날까봐 불안에 시달리게 된 것에서부터였다. 이후 한스는 말이 자기를 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호소한다. 프로이트는 이런 불안을 신경증의 한 형태로 해석하며 어머니에 대한 동경이 충족되지 않은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만족되지 못한 리비도(성적 욕구)로 인해 동경이 불안으로 변형됐다는 것이다(이후 프로이트는 이와 정반대로 불안 때문에 욕구에 대한 억압이 일어난다고 견해를 수정하기도 했다). 말이 자신을 물 것 같다고 호소하는 한스의 불안은 앞서 어머니로 인해 생겼던 거세콤플렉스의 변형된 모습인 것이었다. 프로이트의 분석에 대해 홍준기<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유아성욕설을 임상사례로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였던 라깡은 프로이트가 가진 개념의 일부는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독창적인 개념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관찰과 연구에서 꼬마 한스는 ‘해피엔딩’을 맞는다. 거세공포증을 극복한데 이어 자신은 어머니와 결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버지는 할머니와 결혼시키는 것으로 생각함으로써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을 덜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라깡은 이와 달리 “한스의 아버지는 어머니로부터 한스를 상징적으로 거세해주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며 “한스는 여전히 어머니의 상징적인 팔루스(남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으며 도착적인 모습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어머니의 팔루스란 자신에 비해 힘이 센 어머니에 대한 한스의 관념”이라며 “이를 통해 라깡은 한스의 아버지가 ‘한스가 어머니로부터 분리돼 성인으로 나아가는 데’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깡은 한스의 남성성 획득이 결국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팔루스와의 동일시를 통해 이뤄졌다고 평가한 것이다.

일러스트 이재혁 기자
참고: 논문 「유아 신경증: 한스 사례에 대한 프로이트와 라깡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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