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파업,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나
철도노조파업,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나
  • 한대신문
  • 승인 2006.03.05
  • 호수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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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심장부를 관통해 의정부와 천안을 잇는 지하철 1호선 구간이 또 정지했다. 멈춰선 전동차와 대조적으로 노와 사측은 빠른 속도로 정면충돌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반응은 점차 냉담해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철도노조의 총파업은 2002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수년째 철도 노사갈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건의 눈과 귀인 언론의 잘못된 보도관행 역시 되풀이되고 있다.
파업사태와 관련된 일련의 상황이 미디어를 거쳐 시민들에게 전달됐다. 문제는 미디어가 사건의 인과관계나 본질이 무엇인지 보도하기보다는 양측의 대립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시민들의 불편만을 집중 조명하는데 있다.
결국 노조가 최후 발언의 수단으로 사용한 파업의 메시지가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으며 대량 직위해제 사태에 대한 사측의 논리도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파업기간 동안 일간 신문들의 기사들을 살펴보면 1일 한겨례는 1면 기사에서 ‘철도 운행 큰 차질 빚을 듯’이라는 제목을 내보냈다. 2일 경향신문 역시 1면 기사에서는 ‘등교·출근길 교통 대혼란 우려’라는 제목을 달고 노조원들의 농성 사진을 크게 실었다.
같은 날 중앙일보도 ‘수도권 출근대란 우려’라는 제목과 함께 수도권 지하철의 지연운행 현황을 상세히 적었다. 조선일보는 3일 1면 기사에서 ‘이철 사장, 2천명이상 직위해제 검토’라는 자극적인 내용의 제목을 달았다.
하지만 이들 신문들은 노사의 협상 진행 사항은 간결하게 처리했다. 기획기사를 통해 노사의 주장 등을 소개하기도 했지만 양측을 대비시켜 대립구도만 강조했다.
노사의 건전한 긴장관계 유지는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파업이라는 말에 노조를 매도하고 해고라는 말에 기업을 손가락질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 사건의 본질을 뒤로한 채 한쪽 면만을 부각시켜 여론몰이를 하는 측면이 있다. 철도노조의 요구가 시민들이 잠시 겪게 되는 불편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가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뒷전이었다.
TV 뉴스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반응을 강조함으로써 마치 ‘철도노조가 시민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한다’는 인상을 주게 했다. KBS는 4일 9시 뉴스 첫머리에 ‘다음주엔 출근길 교통대란을 피하게 돼 다행이다’라는 멘트를 하며 사태의 해결에는 뒷전이었다.
언론이 각자의 논조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의 기사를 내보낸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는 그 언론에 의해 포장되고 걸러진 사실을 통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실수를 범한 것이 아닌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여론이 양측의 잘잘못만을 따지며 싸잡아 비난하고 있는 사이, 당사자들은 문제의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여론의 힘은 무서운 것이다. 국민적 영웅의 연구 성과를 뒤집는 방송을 내보냈다는 이유로 광고를 중단시키는가 하면 불가침의 영역처럼 느껴졌던 대선비자금을 수사하게도 만든다.
철도노조의 파업문제를 넘어서 노사분규를 바라보는 대중의 자세도 그러하다. 미디어가 포장한 일부 사실만을 가지고 사건의 전체를 파악해 여론을 몰아가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이제 노사양측이 한발씩 양보하고 타협점을 찾으라는 원론적인 지적보다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대중의 관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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