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직업 그리고 삶
여성과 직업 그리고 삶
  • 한대신문
  • 승인 2006.03.05
  • 호수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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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분 한 <의과대·간호학> 교수 / 여대생 커리어 개발센터장
김 분 한 의과대·간호학 교수 여대생 커리어 개발센터장
얼마 전 존경하는 선배교수님가 정년퇴임을 앞두시고 좋은 글을 주셨다. 그 글 중에 여성과 직업이라는 귀한 글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20여 년 전만 해도 대학을 졸업하는 여학생들의 바람은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결혼 후에까지 여성이 직업을 갖는 것은 특수한 전문직 이외에는, 어쩔 수 없는 형편 때문에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과 사고방식은 점차 바뀌어 이제 많은 여성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직업을 갖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의류 디자인, 전산 프로그램 등의 전문직에 유능한 기혼 여성을 채용하는 기업체에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응모하고 있다는 것은 그 좋은 예이다. 얼마 전 TV, 화면에 소개된 전라도 어느 철길 건널목 여 간수를 잊을 수 없다. 그녀는 사고로 숨진 남편의 뒤를 이어 15년간 건널목 차단기를 올리고 내렸다. 그녀의 얼굴은 차라리 할머니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얼마나 아름답게 보였던지! 그녀는 자신의 직업에 만족했다. 적은 월급으로 아이들 교육도 시켰고 2~3년 후의 정년퇴직을 몹시 아쉬워했다.

여성들이 갖는 직업의 의미도 단순히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라든가 ‘특수한 분야의 직업에는 종사할 수 있다’라든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떠한 분야의 직업이건 도전해야 한다. 그 일에 도전한 다음에는 전력투구할 뿐 아니라 자신의 직업에 긍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대우를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누구나 인정하는 근사한 직업이기 때문에 긍지를 가질 수 있고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는 이제 벗어나야겠다. 이 사회에는 그러한 기회가 극히 제한되어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여성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떡 방앗간의 기계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큰 바퀴도 있어야 하지만 가운데 박힌 작은 나사도 꼭 필요하다.

자신이 맡은 일이 직장에서 기계를 돌아가게 하는, 없어서는 안 될 나사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하찮은 일일지라도 긍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가질 때 직업에 대해 떳떳할 수 있고, 자신의 직업에 떳떳하게 임할 때 긍지를 느낄 수 있다.

긍지를 갖고 일하는 이들은 아름답게 보인다. 여성이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가정주부로서의 역할도 훌륭히 해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는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큰 손’ 보다는 ‘작은 손’으로 열심히 가정과 직장을 꾸려 가는 여성들. 그들은 ‘복부인’이 아닌 ‘일부인’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해내고 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주어진 직책에 성의를 다하여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착실히 성장하고 있는 여성들. 그들은 미래에 펼쳐질 여성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선구자로서 오늘도 한 발자국씩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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