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반, 걱정 반. 이젠 평범한 학생처럼”
“기쁨 반, 걱정 반. 이젠 평범한 학생처럼”
  • 이희진 기자
  • 승인 2011.11.01
  • 호수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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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캠퍼스 총학생회장과의 취중진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1년이 지나가고 있다.  특히 올 한 해는  임덕호 총장의 취임으로 새 바람이 불었고 반값등록금 운동, 부실 대학 감사 등 학생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다. 우리학교 내에서도' 하이라이트 중선관위 매수 의혹', 'ERICA캠퍼스 총학생회장 삭발식' 등 양 캠퍼스 학생회장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크고 작은 일들이  그들을 쉴틈 없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총학생회장들이 학생회장이라는 감투를 벗고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갈 시기가 왔다.  일적인 만남이 아닌 친한 친구처럼 그들과 함께 한 해를 되돌아보며 인간 냄새가 나는 대화를 나눠봤다.

▲ <왼쪽부터 본지 이희진 기자, 이철용 ERICA캠퍼스 총학생회장>

당선이 됐을 때 소감은

‘기쁨 반, 걱정 반’이었다. 당선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리벙벙한 느낌이었다. 아버지가 해주신 명패를 보고 ‘내가 총학생회장이 됐구나’하고 실감했다. 무척 기뻤지만 9천명 학우들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28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도 아니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많이 걱정됐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총학생회실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었다. 철문이었던 것을 유리문으로 바꿔 ‘열린 공간, 밝은 공간’으로 개방된 총학생회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임기동안 왜 정장을 고수했나

사실은 정장을 안 입는 것이 나도 편하다. 하지만 총학생회장은 학교 관계자나 외부 관계자를 언제 만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불시에 잡힐 회의에서 평상복을 입는 것보다 양복을 입는 것이 대표자로서 관계자들과의 소통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또 선거 유세를 할 때는 다들 양복을 입지만 당선이 되면 다들 편한 옷차림으로 돌아간다. 정장을 입으면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는 것처럼 처음 선거 준비를 할 때 가졌던 그 ‘첫 마음’을 잊지 말자는 경각심의 의미도 있다. 1년 동안 매일 입고 다니다 보니 나중엔 정장이 더 편해지더라.

이제 임기도 끝났으니 평상복을 자유롭게 입고 뉴에라를 쓰면서 젊어지려고 노력중이다.하하.


삭발식을 할 때의 심정은

군 제대 이후로 처음 머리를 그렇게 짧게 밀어본 것 같다. 삭발식은 학교에 계절학기 등록금 인하를 위해 절박한 학생들의 의지를 보여주려고 시행됐다. 학생 대표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변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중운위들은 당연하다는 듯 했고 친구들은 ‘인상이 더 더러워졌어’라며 경악했다.

머리가 점점 깎여나갈수록 학생들이 ‘멋있다’, 혹은 ‘진짜 삭발하네’, ‘신기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머리가 밀리는 것은 아무 느낌 없었는데 이런 학생들 반응 때문에 웃음이 나올 뻔해서 참느라 고생했다. 엄숙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식에 웃음이 나올까봐 눈을 감고 계속 견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힘들었던 일은

노천극장과 셔틀콕 재건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전공이 건축학과라 교수님들과 설계를 같이했다. 고심해서 선택한 디자인이 3D모델로 나왔을 때 무척 뿌듯했다. 일반 학생으로 돌아가고 졸업을 한 뒤 후배들이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힘들었던 점은 학교 관계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부분이다. 학생회장을 시작할 때부터 학교와 학생회가 적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학생, 교수, 직원의 3주체가 서로 협력을 통해서 동반자적인 마음가짐으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서로에게 오해가 있는 부분은 풀고 사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마음으로 대화해야 서로 소통할 수 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났다. 나도 이젠 책임감을 내려놓고 평범한 학생으로 소소하게 연애, 공부 등 학생으로서의 청춘을 즐기고 싶다.


차기 학생회에게

학생회가 크게 봤을 땐 ‘소멸의 과정’에 있다. 생각보다 학교에서 학생회의 힘과 비중이 크지 않다. 이런 부분을 타파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점차 개별화 돼가는 학생들과 분권화, 기업화 돼가는 학교로 인해 학생회가 더 힘들어진 부분이 있다. 과거 운동권 시절의 후광이 아닌 새로운 원동력을 찾는 것이 후배들의 몫이 아닐까.

학생회가 좀 더 전문화 된 인재들로 구성돼 학교와 의견을 조율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면 ‘열린 학생회, 개방된 학생회’의 모습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진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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