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을 물들인 자연의 빛깔
삼청동을 물들인 자연의 빛깔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1.10.31
  • 호수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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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남 자연염색연구소에서 만난 색의 향연

 

▲ 염색을 다 하고 나면 그늘에 몇 분간 말려야 한다.
여유로운 분위기의 거리에 한옥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를 지나 작은 골목에 들어서면 다채로운 빛깔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하얀 천은 색을 머금는다. 우리의 오랜 전통 염색법을 가르치고 천연염색의 장인들을 키워내는 곳. 쪽물이 긴 과정을 거쳐 다양한 색을 빛내고 그 색으로 나만의 것을 창조하는 곳. 전통문화체험관 ‘이종남 자연염색연구소’다.

큰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골목 속에 다양한 모양의 작은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좁은 골목길에 이종남 자연염색연구소가 있다. 천연 염료들로 염색된 형형색색의 천들이 정돈돼 있고 그 곳에서 매일 새로운 색이 생겨난다. 이곳에서 이종남 전문가를 만났다.

우리나라의 염색은 단군 때 청색복을 입었다는 기록을 통해 그 시작을 알 수 있다. 이후 발달된 염색 기술로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었던 삼국시대를 이 전문가는 ‘염색의 완성시대’라고 표현한다. 이 시기에 외부로부터 유입된 많은 문화들은 무늬를 내는 기법들을 함께 가져왔다. 이 전문가는 “기술적으로 현대인이 표현할 수 없는 고난이도 무늬까지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기술적인 기법들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염색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사치의 대명사가 된 무늬염은 나라에서 금지시키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때 우리나라의 기술자들이 일본으로 넘어가게 됐고 일본은 이를 잘 전승해 현대에는 문화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주춤했던 천연 염색은 화학 염료가 개발되는 과정을 거치게 됐고 ‘웰빙’이 유행하면서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 본지 기자가 손수건에 염색을 하고있다.

이종남 자연염색연구소에서는 직접 간단한 천연염색을 체험할 수 있다. 다양한 염색방법 중에서 단색 염색을 시도해 봤다. 일반적으로 천연 염료로서 자주 사용되는 ‘쪽’을 이용해 파란 색으로 손수건을 염색할 수 있었다.
          
하얀 손수건을 파란 쪽물에 깊숙이 담근다. 쪽물은 파랗지만 담근 손수건은 초록빛으로 물든다. 3~4분동안 초록빛의 손수건을 쪽물 속에서 얼룩이 지지 않도록 이리저리 움직인다. 담가 놓은 손수건은 공기와 만나면 색이 다시 쪽물과 같은 파란 빛으로 변한다. 건조가 시작되면 염색이 된 파란색이 점점 진해진다. 공기와 만날수록 색이 진하게 변하는 것이다. 건조된 손수건은 맑은 물에 담가 헹궈준다. 신기하게도 손수건에 염색된 파란색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파란색이 푸르게 빛나며 얼룩 없이 깨끗한 염색 손수건이 완성된다.

이종남 자연염색연구소에서는 단색으로 염색하는 기초염색부터 무늬염색까지 매주 다채로운 염색법을 배울 수 있다. 붉은 꽃물이 끓고 있는 냄비와 묵직한 쪽물이 가득 차 있는 좁은 한옥에서는 넓고 풍부한 색이 창조되고 있었다. 
 
▲ 이종남 전문가가 염색한 작품들이다.

사진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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