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보던 만화, 진지하게 그려보기
재밌게 보던 만화, 진지하게 그려보기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1.10.09
  • 호수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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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에게는 즐겁게 ‘프로’에게는 체계적으로

모든 전문가들에게는 ‘아마추어 시절’이 존재한다. 유명 만화가들 역시 이와 같이 시작한다. 더욱이 만화 관련 산업에 대한 기반이 부족했던 우리나라의 실정 상 이들의 ‘처음’은 체계화된 교육 없이 진행돼야 했다. 그러나 최근 만화 관련 학과 개설과 행사 등을 통해 만화는 수요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전문작가를 희망하며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취미로 만화를 그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학교 ERICA캠퍼스 만화동아리 ‘그림얼’은 만화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여 ‘회지’를 만드는 활동을 한다. 김병조<과기대 응용물리학과 10> 군은 “전공에 상관없이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동아리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동아리에서 1년에 한 번씩 발간한다는 회지는 회원들의 그림을 모은 것이다. 회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아리 회원들은 서로의 작품에 피드백을 해주는 단체활동을 하고 개인적으로 제작한 작품을 제출하기도 한다.

전문 작가의 어시스트로 활동하는 회원들이 있긴 하지만 현재 프로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 김 군의 설명이다. 김 군은 “만화를 그리는 것에 대한 인식이 아무래도 아직 좋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대학생이 프로 작가가 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학생 만화가, 즉 아마추어 만화가가 초기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경로에 대해 이해광<상명대 만화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는 △웹툰 △만화공모전 △출판 잡지에의 등용 등을 들었다. 만화 출판업계 측 역시 최근 지면 만화시장이 줄어들고 있음을 지적하는 한편 젊은 만화가들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음을 전했다. 만화 관련 서적들을 출판하는 서울문화사 측은 매년 신인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공모전을 주최하고 있다. 수상자에겐 서울문화사에서 발행하는 만화잡지에 만화를 연재할 기회가 주어진다. 또 다른 출판사 학산문화사 측에서도 “신인만화 작가 공모전을 상반기와 하반기에 실시한다”며 신인작가 발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전했다.

만화 출판업계에서 이와 같이 ‘참신한’ 작가들을 찾고 있는 가운데 대학에서도 이를 체계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 내 만화관련 학과에 대해 “1990년 국립공주전문대학 만화예술과를 시작으로 상명대, 세종대, 청강문화산업대학 등이 생겨났다”며 그 이유에 대해 “정부의 문화산업 육성정책에 의해 문화콘텐츠 관련 산업이 활기를 띄면서 이에 대한 전문교육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대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화 전문교육은 특정 작가에게서 문하생으로서 전수받던 도제식 제도를 커리큘럼화한 것이다. 이 교수는 오늘날 대부분의 신인작가들이 대학에서 배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강조한다. 뚜렷한 개성, 완성도 높은 그림체 등이 우리 만화의 전반적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쉬움은 있다. 이 교수는 “대학에서 만화를 전공하는 것은 기타 단체에서 만화 그리기를 배우는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졸업 후 창작은 물론 하나의 학문으로서 만화를 연구하는 교육자, 문화콘텐츠 기획자, 학자 등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현재 전국 대학의 만화 관련 학과에 교직과목이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며 “전문인이 되고자 하는 우수한 재원들에게 취업과 연관된 교육을 강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산업과 예술의 동반 발전 △창작 지원 확대 △우수한 신인작가를 발탁 또는 육성하는 시스템의 도입 등을 언급하며 “대학에서 이론과 실기를 전공한 만화작가들의 시대를 맞아 만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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