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를 알면 설득이 보인다
심리를 알면 설득이 보인다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1.10.02
  • 호수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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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특성을 이용해 설득력 키우기

자선 기부금을 모집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기부한 사람들의 명단을 금액별로 장시간 보여주는 것을 시청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선 기부금을 내고 있으니 당신도 망설이지 말고 참여하라’는 제작자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처럼 세상에는 많은 설득전략이 숨어 있다.


알고 있으면 득되는 설득전략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설득을 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한다.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치알디니<미국 애리조나대> 교수는 그의 저서「설득의 심리학」에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6가지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승낙을 쉽게 이끌어 내기 위해 상대방을 빚진 상태로 만드는 것이 그 첫번째다. 이것을 ‘상호성의 법칙’이라 하는데 이것은 거의 모든 문화에서 발견되고 있다.

‘일관성의 법칙’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일관성 있게 행동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어떤 입장을 취하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을 결정된 입장에 맞춰 나가려고 한다.

또, ‘사회적 증거의 법칙’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상대방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자선 기부금을 모집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제작자가 사용한 법칙도 바로 이것이다.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어하는 사실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호감의 법칙’이라 한다. 사소한 공통점이나 익숙함, 칭찬 등 상대방의 호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 설득할 때 이용하면 된다.

‘권위의 법칙’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사람은 권위 앞에서 복종하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종합병원에서 주치의가 잘못된 투약을 했음에도 주변 인턴들과 레지던트들이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여 큰 사고가 났던 사건이 있다. 주치의의 지시에 맹목적으로 복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희귀성에 약한 사람의 특성을 강조해 설득할 때 이용하는 ‘희귀성의 법칙’이 있다. 옷가게에서 점원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라며 옷을 팔려는 상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인에게 맞는 설득법은

설득 현상에는 각 문화의 독특한 배경과 의식구조가 얽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한국인에게 잘 통하는 설득법이 따로 있다. 한국인에 맞는 설득 방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인에게 가장 잘 통하는 설득전략 24」의 저자 이현우<언정대 광고홍보학부> 교수는 “가족주의와 체면주의, 속도주의, 연고주의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문화가 있다”며 “이를 상대방을 설득할 때 이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인관계는 대표적으로 ‘정’으로 표현할 수 있다.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정에 약한 것이 우리 민족이다. ‘정’이라는 단어는 영어로도 정확하게 번역되지 않는다. 이는 외국인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만의 특별한 정서인 것이다. 이를 '정'을 설득할 때 활용하면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 문화의 또 다른 특성으로 전통적인 연고주의를 들 수 있다. 혈연, 지연, 학연은 우리나라만의 특성이다.

이 교수는 “설득을 할 때 연고주의를 이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 중하나”라며 “이것을 하나의 현상으로 본다면 설득에 이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집단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래서 설득의 대상도 개인보다는 ‘우리’라고 하는 특정 집단을 타깃으로 할 때 더욱 효과적이다. 그 중에서도 혈연관계를 이용하는 설득은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업들은 마케팅에 이를 종종 이용한다. 우리나라에 일회용 기저귀가 처음 소개됐을 때 초기에 부진했던 판매량이 어느 순간 급속히 늘어났던 사례가 있다. 일회용 기저귀가 아이의 건강에 미치는 좋은 영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광고 전략을 바꾼 것이다.

‘아이에게 좋은 것이라면 얼마든지 기저귀를 살 수 있다’는 자식에 대한 부모들의 사랑이 기저귀를 구매하게 한 것이다.

체면의식도 빼 놓을 수 없다. ‘가난할수록 기와집 짓는다’,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 친다’ 등의 속담은 우리 문화가 내실보다는 외형적 형식에 얼마나 몰두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크고 비싼 것을 좋아한다.

이같은 현상을 설득에 이용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의 가격이 우리나라에서 더 비싸게 책정되는 것은 이미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체면주의를 이용한 것이다.  

참고: 저서「설득의 심리학」,
「한국인에게 가장 잘 통하는 설득전략 24」
사진출처: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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