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줄 아는 한양인이 되자
나눌 줄 아는 한양인이 되자
  • 한대신문
  • 승인 2011.09.26
  • 호수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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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이란 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쯤은 구제하기 쉽다는 말이다. 어렸을 때 부엌에 들어가면 부뚜막 한 켠에 작은 단지 하나가 있었다. 어머니는 쌀을 씻기 전에 반드시 한줌의 쌀을 단지 안에 넣곤 했다. “어머니 그게 뭐예요?” 궁금해서 물었을 때 “십시일반 어려운 사람 돕는데 쓴단다” 하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살면서 실천이 그리 쉽지 않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얼마 전 일본이 지진과 해일로 참담한 재난을 당했다. 언제 누구에게 닥칠지 모르니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고통받는 일본을 돕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며 반가웠다. 한국인은 누구나 일본에 대해 착잡한 감정을 가슴 속에 지니고 있음에도 묵은 원한에 젖어 남의 불행을 내심 기뻐하는 편협한 감정에 빠지지 않는다. 내 이웃이 당한 불행처럼 걱정하며 돕는 열린 마음을 보면서 우리의 성숙한 국민의식이 자랑스러웠다. 남의 불행을 보고 속으로 기뻐하는 마음은 인간의 마음 한 구석에 숨어 있는 이기적이고 사악한 마음이다.

미국의 한 심리학 연구팀이 400명의 노인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을 돕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금연이나,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보다 베푸는 삶을 사는 사람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두 개 이상의 단체에서 자원봉사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향후 5년 안에 죽을 확률이 63%나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서로 도와야 한다”는 덕목을 향약에서 제일로 삼은 것만 봐도 우리 조상들이 이웃과 나누는 삶을 얼마나 중요시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득이 없으면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싫으면 못마땅한 내색을 하면서도 내게 좋은 것, 맘에 드는 것, 편리한 것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올바른 가치와 양심이 통하는 사회, 나누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눔’은 내 몫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내 몫을 공유하는 것이다. 공유함으로써 몇 배의 가치가 된다. 힘이 있을 때는 힘으로, 지식이 있을 때는 지식으로, 돈이 있을 때는 돈으로 나누면서 살아가면 좋겠다.

소유의 많음보다 존재의 넉넉함이 있을때, 즉 사랑할 때 나눔은 가능하다. 나눔은 희생으로 시작되지만 풍성함으로 열매를 맺는다. 나누지 못하는 이유는 ‘나눌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나눔의 기쁨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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