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잘 보내셨나요
여름은 잘 보내셨나요
  • 권순애 과장
  • 승인 2011.09.20
  • 호수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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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지 않을 것만 같던 올 여름도 이제 가을 날씨에 서서히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신학기를 맞아 친구들과 만나 지난 여름을 이야기할 때면 가장 먼저 화제로 삼게 되는 것은 휴가 혹은 방학 중의 여행 얘기일 듯 싶다. 바쁜 일정 혹은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이번 여름 나에게도 가장 기억되는 것은 가족과 함께 다녀온 태국 여행이다.   

이번 태국 방문에서는 방콕과 치앙마이 두 도시를 일주일 동안 여행하였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몇 개월 전부터 여행 경로에 따른 교통편이나 숙소예약 그리고 여러 필요한 정보들을 꼼꼼하게 준비하는 편이다. 그러나 막상 낯선 환경을 처음 접하고 한동안은 그 준비가 무색할 만큼 꽤 긴장하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 도착할 때의 긴장감 혹은 설렘은 여행을 이끌어 가는 동력이 되기도 하는데, 또 한편으론 느긋하게 여행을 즐길 때쯤 되면 여행이 끝나게 되어 아쉬운 마음에 다음 여행을 계획하도록 만드는 듯하다.

방콕에서는 현지 한인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투어에 참여해 유명한 수상시장에 다녀왔는데, 관광지의 인상보다는 같이 투어에 참여했던 한국 젊은이들이 오히려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여행 중에 보면 동양 사람들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은 쉽게 구별될 만큼 외모와 패션 센스가 뛰어나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무척 세련되어 은근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다가도, 다른 한 편으로 가방에서 커다란 손거울을 꺼내 수시로 들여다보거나, 말 한번 붙이기 힘들만큼 쌀쌀맞게 느껴질 때는 살짝 의아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이런 마음은 치앙마이로 가기 위해 Hualamphong 기차역에 있던 많은 다른 나라 젊은이들을 본 순간 아쉬운 마음으로 바뀌었다. 비가 와서 좀 일찍 도착한 기차역 대합실 넓은 바닥에는 태국인들과 서양 여행객들이 섞여 편한 자세로 눕거나 앉아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느긋하게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그 옷차림이 허름해도 오히려 더욱 멋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우리 가족뿐 인 것 같아 좀 외롭다고 느껴지면서, 여기서 한국 젊은이들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우리 대학생들의 현실은 무척 빡빡하다고 한다. 방학에도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에 참 힘들게 보내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하지만 쉽지는 않더라도 잠시라도 틈을 내어 낯선 환경 어딘가에서 낯선 사람들과 섞여 여행을 했으면 한다. 여행은 좋은 책처럼 실생활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하면서 느끼게 되는 설렘, 자유로움 그리고 각자가 마주하게 될 무수한 감정과 생각, 경험들은 분명 우리의 시각을 넓혀주고 보다 층이 섬세한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해 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 경우에는 여행 후 삶이나 일에 대한 집중도가 훨씬 높아지는 편이다.

귀국한 날 아침 인천공항에서 막 네팔에서 돌아온 젊은 아가씨가 생각난다. 예쁘게 생긴 얼굴이 아닌데도 여행 중 보았던 어떤 사람보다 빛나는 눈을 가지고 있어서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어 캠퍼스 곳곳에서 이런 빛나는 눈을 가진 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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