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함의 창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다
사소함의 창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다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1.09.20
  • 호수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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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화사, 다양한 곳으로부터의 폭넓은 접근

역사에서 잊혀진 사람들의 삶은 소소한 일상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저자 강명관<부산대 한문학과> 교수의 이러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렇게 서민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을 ‘신문화사’라 한다.

소수의 역사에서 대중의 역사로

▲ <신윤복의 풍속도>
신문화사는 서민들의 ‘생활방식’뿐만 아니라 ‘사고방식’도 역사 속 중요한 가치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역사가들은 그들의 가치관과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부터 역사 서술을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이를 시도하려는 것이 신문화사의 입장이다.

신문화사는 왕이나 주요 정치 지도자들에 초점을 맞춰 이루어지는 역사 연구를 지양한다.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정치제도, 전쟁, 외교 등과 같은 큰 사안이 어야 한다는 거시사적 관념을 거부하고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려 하고 있다. 거시사에서 주장하는 역사의 법칙이나 결정론과 같은 거대담론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신문화사는 거시사의 기본 가정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미시사적 성격을 띠고 있다. 미시사는 역사상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소수자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지배자보다는 피지배자, 국가정책의 변화보다는 개인의 삶에 더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신문화사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위대한 개인이 아니라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보통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신문화사를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의 모습의 복원이라 규정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대상이 아니라 ‘세세한 삶의 복원’이라는 방법론이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를 신문화사의 관점으로 접근하기 위해선 민중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았는가에 국한하지 않고 양반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까지도 포함시켜야 한다. 결론적으로 신문화사는 모든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모두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역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그 동안 역사 연구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삶을 다룸으로써 그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그에 따른 행위들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것은 역사의 사실성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다.

 

남겨진 숙제들

▲ <보물 제527호 단원풍속도첩>
신문화사가들은 타역사가들이 하찮아하는 자료들에 주목해 ‘문서의 네트워킹’을 시도한다. 사진과 그림, 잡다한 풍문까지 포함하는 모든 종류의 역사적 자료들을 정보화 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어느 독일의 한 역사가는 한 농촌 마을의 지난 300년 역사를 연구하는 데  20년 이상을 바쳤다. 그는 마을에 관한 모든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한 뒤 무수한 통계처리와 서술 작업을 거쳐 600쪽 짜리 책을 완성시켰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근대 이후 통설이 돼 있던 일반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가내수공업이 공장의 수공업을 거쳐 공장제 생산으로 발전한다는 도식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근대 유럽의 농촌에서는 대가족이 보편적이었다는 통설도 오류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아직 이런 방식의 연구가 미비하다.

강 교수는 “현재 남아 있는 사료의 대부분은 지배계급이 자신의 관점에서 남긴 것”이라며 “민중은 자신의 의견을 글로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료를 남길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신문화사에 대한 연구는 구전사, 구술사의 경향을 띠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구전자료는 출처가 모호하고 실제로 증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통 신뢰할 만한 자료로 간주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신문화사가들에게 중요한 자료 중 하나에는 범죄 관련 기록들도 있다. 조정이 어지러움을 틈타  권력에 도전할 때 범죄가 일어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의적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기록은 그 사회의 ‘정상’과 ‘비정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문화사의 중요한 대상이 된다.

김현식<인문대 사학과> 교수는 “이 자료들을 범죄 관련 기록으로 보기보다는 당시의 사회상을 비춰볼 수 있는 도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 논문 「한문학과 미시사의  풍유로운 만남」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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