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대학생 2부 ‘발표’: 우리는 발표한다,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말 잘하는 대학생 2부 ‘발표’: 우리는 발표한다,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1.09.17
  • 호수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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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와 내가 함께 호흡하는 무대

유수 영화 시상식을 휩쓸며 화제가 된 영화 「킹스 스피치」에는 말썽쟁이 형을 대신해 얼떨결에 왕이 된 말더듬이 왕 조지 6세가 등장한다. 2차대전 당시 시련에 빠진 영국인들에겐 국왕의 힘 있는 연설이 절실했다. 그러나 조지 6세는 ‘스피치’가 두려워 국왕이 되길 꺼렸을 정도로 스피치에 남다른 공포를 갖고 있었다. 마이크 앞에만 서면 입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는 그였지만 시대와 그의 지위는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두려운 발표 시간, 해답은 어디에

영화 속 조지 6세의 사정이 낯설지만은 않은 것이 대학생의 현실이다. 현대사회와 대학생이란 지위는 좋든 싫든, 그들을 발표하게 만든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를 두려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도가 심해 소위 ‘발표공포증’의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김석현<의대 의학과> 교수는 발표공포증에 대해 “다소 광범위한 개념인 ‘사회공포증’의 일종으로 여러 사람 앞에 서거나 뭔가를 하는 상황 자체를 두려워하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발표공포증만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고 어떤 정신적 질환이 있을 때 이와 병행된 증상으로서 발표공포증을 호소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발표공포증에는 유전적, 심리적, 사회문화적 원인 등이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사회문화적 원인으로 어떤 행동을 수행했을 때 냉혹한 평가를 받는 환경에서 자란 이에게 종종 나타난다. 잘못을 했을 시 쉽게 비난 받을만한 환경적 여건을 가졌거나 실제 그런 경험이 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일시적으로는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의 병원 처방으로 불안감을 낮출 수는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보는 치료를 통해 해결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다음의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이 발표를 이렇게까지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이 발표 상황으로만 나의 능력, 자세가 결정된다는 압박적인 생각을 하지 말아야한다. 둘째,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인가”하는 고민이다. 자신이 왜 떨고 있는지, 이 발표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면 대부분 그렇게까지 심각한 경우는 많지 않다. 셋째, “내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물음이다. 나의 발표를 남이 비웃는 것, 교수님이 가혹한 평가를 내리는 것 등이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쉽게’ 파국적인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 실제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넷째, “긴장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자신감이다. 적당한 긴장은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는 점을 상기하며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에서 파생되는 2차적 압박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논리뿐만이 아니다

심리적인 방법으로 발표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났다면 이제는 실제 발표에 나서야 한다. 사람들이 고민하고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결국 ‘잘 하는 발표’다. 지난 기획에서의 ‘토론’과 마찬가지로 ‘발표 잘하기’의 필수조건은 반복되는 체험과 연습, 준비다. 실제 수업 중 발표를 하다 우는 학생도 있다. 발표를 잘하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이 교수는 그런 학생들에게 “한 편의 연극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먹을 것”을 당부한다.

그러나 결코 지나치게 감성에 매달려선 안 된다. 물론 행위 유발을 호소하는 등의 발표도 있다. 가령 셰익스피어의 저서 「줄리어스 시저」에서 안토니우스가 전한 시저의 장례식사와 같이 로마의 국민들을 선동해 브루투스를 몰아낼 목적으로 하는 발표가 그 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감정적인 표현으로 청중을 불필요하게 자극해선 안 된다.

잘 하는 발표의 요소는 무엇일까. 저서 「스피치와 토론」의 저자인 이상철<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는 “발표의 논리성, 듣고 있는 청자를 고려하는 감성, 신뢰를 받게 만드는 진정성이 가장 큰 요소다”고 말했다. 이 중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학생이 가장 우선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은 논리성이고 그 다음은 청자의 감성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발표 능력이 향상될수록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 것은 진정성”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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