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탐색은 유연하게
진로 탐색은 유연하게
  • 김미영<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 승인 2011.09.05
  • 호수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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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영<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여름방학 때 두 제자로부터 반가운 메일을 받았다. 모두 졸업한 제자들이다. 직장을 구했다는 내용이었다. 한 제자는 공중파 방송국 예능프로그램의 구성작가가 됐으며, 또 한 제자는 프레젠테이션 엔지니어가 됐다.

프레젠테이션 엔지니어라는 생소한 직업의 제자가 찾아왔다. 그날 우리는 교내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근사한 호텔에서 먹는 것보다 더 우아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자랑스럽게 자신의 일을 설명하는 제자 덕분이었다. 제자가 최신 노트북을 식탁에 턱 얹어 놓고, 자신이 직접 제작했다는 ‘아르츠 콘서트’를 보여주자 명화가 화면에 뜨면서 어울리는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것이다.

북콘서트라는 낯선 일을 시작해 지금은 스톰프뮤직 계열의 공연기획 전문업체에서 추진하는 아르츠 콘서트의 일을 맡게 됐단다. 컨셉을 잡아 몇 점의 미술작품을 선정해 이야기를 만든 다음 이야기의 중간 중간에 그에 맞는 클래식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미술+음악 공연이다. 제자는 그 공연의 키노트(Keynote) 화면을 제작하는 총책임자다.

음악과 다른 요소가 결합된 공연의 영상물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일은 사실상 한국에서는 처음이다. 제자도 참고할 전례가 전혀 없어 부담스럽고 긴장되지만 이 일이 마음에 든다 했다. 국어교육과 출신으로선 뜻밖의 진로였으나 새 분야의 개척자답게 무척 씩씩해 보였다.

우리 과 졸업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은 당연히 ‘국어’ 선생님이다. 언론과 방송매체도 선호한다. 정규직이기 위해 긴 시간의 수험생활이 요구되는 직업들이다. 누구보다 영민한 제자들이 임용고사를 위해 재수, 삼수하는 과정을 바라봐야 하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착잡하다.

요즘은 어느 과에서나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 과도 예외가 아니다. 그 중 하나는 선배교사들이 후배들에게 임용고사를 어떻게 하면 잘 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 ‘국어교육과’라는 명목 때문에 국어교사만 초빙했다. 실제 제자들은 새로운 분야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제 ‘모셔오는’ 선배들의 대상을 더 개방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교사를 비롯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선배들을 초빙해 진로가 고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줘야겠다. 교사의 직업이 좋긴 하나 사범대생이라고 모두 교사가 돼야 한다는 고정된 생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요즘 졸업 기간은 5년이 넘는다고 한다. 휴학생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취업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달리 해석해보면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탐색을 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19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휴학·전입·편입생은 드물었다. 그러나 지금은 판도가 변했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와 직업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걸어 온 경로를 과감히 변경하는 시대다. 이제 진로 탐색은 전공과 관련을 맺되 유연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다만 철저한 준비를 하라는 말은 꼭 당부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방 가시화할 수 있는 스펙 쌓기뿐만 아니라 누적된 잠재력을 키워둬야 한다. 그러기에는 책읽기만큼 좋은 왕도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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