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대학생 1부 ‘토론’ : 우리는 토론한다, 모든 진실은 상대적이기에
말 잘하는 대학생 1부 ‘토론’ : 우리는 토론한다, 모든 진실은 상대적이기에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1.09.03
  • 호수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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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을 보게 하는 힘의 원천

1930년대, 흑인 인권 수준이 열악했던 미국에서 흑인 대학 와일리 칼리지는 전국을 종횡무진하며 여타 대학과의 대결에서 승리한다. 그들의 대결 소재는 바로 ‘토론’이었다. 지도교수 톰슨은 ‘말의 힘’을 믿었고 이는 실제로 그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그레이트 디베이터스」의 내용이다. 1930년대와 지금은 엄연히 다른 환경이지만 토론이라는 공적 대화가 가진 강력한 힘은 변함없다.


‘메마른’ 땅 위에서

서양에서 토론은 오랫동안 하나의 학문으로 대우받으며 발전해왔다. 따라서 교육의 소재였고 이에 따른 교육 기법 또한 함께 발전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토론에 대한 독지가들의 투자 수준 역시 대단해졌다. 저서 「스피치와 토론」의 저자 이상철<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는 서양의 토론 교육 문화에 대해 “해지펀드의 조지 소로스와 같은 이들은 1억 달러 이상을 토론 교육에 기부한다”며 “오랜 토론 교육의 토대가 이를 가능케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양의 경우는 이와 사뭇 다르다. 우선 토론을 학문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발전이 더뎠다. 서구에 비해 민주주의, 근대화 등이 늦어지거나 타율적으로 이뤄진 것 역시 한 원인이다.

▲ 때때로 토론이 멀게만 느껴지는 학생들이 있다.


이제야 토론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제대로 된 토론 교육을 조기에 받지 못한 채 대학에 진학한 대학생들의 사정이 달라지진 않는다. 중·고등학교 시절 토론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한 조한철<예술학부 연극영화학과 07> 군은 “대학 진학 후 접한 토론식 수업에서 잘하는 이와 못하는 이의 차이가 토론 교육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개인적 능력의 차이였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메마른’ 토론 교육 문화의 토대 하에 대학생들에게 그나마 부담이 없을 실전 경험은 학교 자체적으로, 또는 대학 연합으로 주최된 토론대회다. 이 교수는 “학교나 대학 연합회 등이 주관하는 리그 방식의 토론대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두 학생이 준비된 내용을 토대로 토론을 하고 있다.
숙명여대의 경우 ‘숙명토론대회’를 주최하며 학생들에게 토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수상자 중 유명 아나운서가 배출되기도 했다. 최가영<숙명여대 의사소통센터> 조교는 “의사소통센터 소속 담당 교수들은 물론 타 대학 외부 전문가 등을 섭외해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학교의 경우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식적인 토론대회는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전문가의 눈으로 보는 ‘잘하는 토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토론대회에 심사위원, 자문 교수로서 임하고 있는 이 교수는 “토론은 표현이 어눌하다고 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논리적인 주장을 통해 공적 소통의 장에서 공적 표현을 통해 공적 자아를 체험한다는 것이 토론의 기본 원리다. 간혹 정치인들이 토론 중 잘못된 표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경우에 대해서도 역시 이 교수는 “공적인 토론이 사적 차원의 대화와 다르다는 점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도 크다”고 전했다.

수사학은 ‘모든 진실은 상대적’이란 전제를 두고 있다. 따라서 토론의 성패는 담론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얼마나 예의 있고 논리적으로, 올바르게 표현하느냐에 달렸다. 그러므로 논제에 대한 철저한 준비과정은 기본이다. 같은 자료를 가지고 그것을 자신만의 표현 기조에 맞게 재구성해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

▲ 토론은 팀을 나눠하기 때문에 팀워크가 중요하다.
‘잘하는 토론’에 대한 평가 기준이 전문가마다 다른 것은 사실이나 잘못된 태도에 대한 지적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 교수는 “상대방의 작은 허점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우선 상대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아니며 둘째로 ‘말 꼬리 잡기식’의 토론 방식으로 토론 자체의 질을 낮추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허점을 잡아낼 때 이것이 ‘말꼬리 잡기’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별할까. 이 교수는 올바르게 허점을 잡는 방법에 대해 “그 작은 허점이 상대가 주장하는 큰 주제에 영향을 미칠 때를 선별해 지적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 : 동아리 ‘한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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