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이 ‘책임’질 수 있다
‘책’ 읽는 사람이 ‘책임’질 수 있다
  • 유영만<사범대 교육공학과> 교수
  • 승인 2011.08.31
  • 호수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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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만<사범대 교육공학과> 교수
우리는 모두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옥에 하나의 창이 나 있다. 놀랍게도 이 창은 모든 세계와 만나게 해준다. 바로 책이라는 이름의 창이다. 스페인의 한 작가가 한 말이다. 책은 다르게 세상을 내다볼 수 있는 창이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 그만큼 세상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책은 생각근육을 단련시키는 생각의 운동기구이자 생각의 음식이다. 생각이나 마음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근육이 있다. 생각근육이나 마음근육도 근육과 마찬가지로 쓰면 쓸수록 발달하지만 쓰지 않고 방치해두면 퇴화된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복근이 단련되는 것처럼 책장을 넘기면서 생각근육에 새로운 지적 자극을 주면 생각의 때도 벗겨지고 윤기 나는 생각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일독’하고 버리는 책보다 여러 번 읽어도 손을 놓지 못하고 ‘중독’되는 책이 일상의 고민을 ‘해독’해준다. ‘고독’한 시간과 함께 하는 ‘독서’에 ‘중독’돼야 고민하는 문제가 ‘해독’된다. 독서는 내 손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불면’의 밤 속에서 ‘불멸’의 작품이 잉태된다.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으로 만들어진 ‘얼룩’이 아름다운 작품의 ‘무늬’로 탄생한다.

얼룩진 삶에서 묻어나는 삶의 향기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된다. 책 읽는 시간만큼 성장의 높이가 결정된다. 성장의 높이는 독서로 파고든 깊이가 결정한다. 높이 자라려거든 깊이 파고들어라. 깊이 파되 인접 분야의 책도 읽으면서 파라.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판 우물에 매몰될 수 있다.

나에게 독서는 마음을 훔치는 글을 쓰기 위해 내 마음의 밭을 경작하는 과정이다. 책은 상상력이 자라는 텃밭이요, 창의력이 살아 숨쉬는 ‘가능성의 정원’이다. 독서는 ‘속도’와 ‘질주’ 속에서 ‘멈춤’과 ‘여유’의 미덕을 전해주면서,‘느림’과 함께 하는 ‘곡선의 궤적’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스승과 만나는 여정이다. 독서는 쉼표의 여유를 찾고, 마침표의 종지부를 찍게 하며, 감동의 느낌표를 전해주고, 할 말이 많지만, 말없음의 침묵의 시간을 가져다주며, 언제나 새로운 물음을 던져주는 살아가는 삶 그 자체다. 

독서는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게’ 해주고, 지금 여기서의 삶을 ‘들여다보게’ 해줄 뿐 아니라, 미지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과 통찰력을 길러준다. 독서는 ‘숨은 것’이 ‘드러난 것’보다 위대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쳐 준다. 독서는 ‘보이는’ 것의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한다는 깨달음을 주는 ‘정신적 각성과정’이다.

이제 개강이다. 전공 수업에 매진하면서도 지난 여름 지친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책 한 권 잡고 잠깐이라도 여유를 찾아보자. ‘책’을 읽어야 자신은 물론 이 사회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책’보다 더 중요한 책이 있다. ‘산책’이다. 책을 읽고 산책하면서 책에 담긴 의미를 반추해보자. 책에 담긴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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