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속에서 관계의 거울 읽기
관계 속에서 관계의 거울 읽기
  • 한대신문
  • 승인 2011.06.04
  • 호수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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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임<교목실> 교목
▲ 이순임<교목실> 교목
13세기 시인 루미는 “우리는 거울인 동시에 거울 속의 얼굴이다”란 말을 했다. 이 말은 우리가 단지 삶의 한 구석에서 수동적 구경꾼으로 살기 불가능함을 드러내 주는 말이다. 언뜻 보기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나와 전혀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쉬우나 그 사건의 한가운데 내가 있음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고대종교와 현대과학은 똑같은 말을 한다. 물 위의 이미지를 보고 실물이 존재함을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삶을 봄으로써 그 삶의 이면에 숨어 있는 동기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모든 것과 공명 상태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이를테면 지도자들에게는 계층이 있어 각기 같은 공명을 하는 사람들이 그 주변에 모여들게 마련이다. 침묵하고 있어 도대체 감을 잡을 수 없게 만드는 최하수 리더, 입을 열어 말을 하기는 하지만 비난과 나무람만을 내뱉는 리더, 뭔가 사기를 북돋우려 말을 하기는 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칭찬을 늘어놓는 리더, 그리고 함께하는 구성원들과 공감하고 공명하는 리더가 있다.

이러한 리더의 역할은 정치계나 기업이나 사회조직 같은 데서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다. 가정을 비롯하여 두, 세 사람 이상이 모인 곳에는 언제나 이러한 리더가 형성되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구성원들이 역학적으로 저마다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공명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집단 혹은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내뿜는 힘에 의해서 하나의 인격을 지니게 된다.

이렇게 태동한 공동체의 인격은 나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의 내밀한 믿음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거울에 비친 것을 그대로 알아차릴 수 있는가 하면, 때로는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닌 현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모두의 뭔가를 보여주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예기치 않게 빚어진 상황에서 우리는 깊은 상처와 절망을 경험하게 되는데, 우리는 또한 이것을 반드시 치유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정체성을 지닌 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리더들의 면면을 보며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면면으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모든 뼈아픈 현실을 직시하며 누구를 탓하고 원망할 수 없는 바로 나의 거울을, 그리고 그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본다.

사실 우리는 누군가와 혹은 무엇인가와 항상 관계를 맺고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는 우리의 깊은 믿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왜 그런 것일까. 우리를 비추어주는 세상의 거울은 결코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거울은 언제나 우리를 비춘다. 그 누구도 이 거울 앞에서 벗어날 수 없다. 거울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0세기의 정신과학자 어니스트 홀스는 “삶은 거울이기에 우리가 생각한 바를 우리에게 되비추어준다”고 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모든 상황들은 결국 우리 모두가 공명하여 만들어낸 결과에 다름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 바로 이 순간에 우리를 비추고 있는 거울을 직면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거울에 비추어진 우리의 모습을 읽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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