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군이 만든 독일군의 패배
독일군이 만든 독일군의 패배
  • 유지수 기자
  • 승인 2011.06.04
  • 호수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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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어머니, 들으셨습니까. 제가 있는 이곳 노르망디가 오늘 아침 공격당했습니다. 제 삶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마지막 기도를 드립니다.

그간 연합군은 일부러 이중 첩자설, 허위 뉴스를 우리 군에 퍼트려 사기를 떨어트리려 했습니다. 상륙작전 소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노르망디를 공격할 예정이었음에도 우리에게 파 드 칼레지역으로 공격한다는 거짓 소문을 흘렸지요. 오늘 우리는 노르망디 해안을 그들에게 내주고 말았습니다. 이 비극의 원인은 속임수를 알아채지 못한 것에 있습니다.

독일군의 가장 큰 문제는 복잡한 지휘체계였습니다. 이 지역을 총괄하는 사령관은 서부지역 총사령관인 게르트 폰 룬트슈테트와 B집단군 사령관인 에르빈 롬멜입니다. 최고사령관이 둘이기 때문에 통합된 작전계획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병사들은 그 사이에서 우왕좌왕 움직이는 체스 말 같은 존재입니다.

룬트슈테트 사령관은 해안에서 떨어진 곳에 집결해 있다가 연합군이 내륙으로 전진해올 때 반격하자고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롬멜 사령관은 군대를 해안선 가까이 배치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했습니다. 결국 그는 지난 달 직접 괴링 원수에게 찾아가 이 작전을 승인해달라고 간청했다 합니다. 그러나 그 요청이 묵살 당했다는 이야기는 우리들 사이에서 꽤 오랫동안 회자됐습니다. 이렇게 방어계획이 흔들리면서 결국 아무런 진척 없이 연합군의 상륙작전을 맞닥뜨리게 된 것입니다.

오늘 롬멜 사령관은 자리를 비웠습니다. 1일부터 좋지 않았던 날씨를 지켜보다 연합군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러 갔다고 합니다. 다른 상급대장과 친위대장도 각각 다른 이유로 내륙에 있었다지요. 전투에 대한 준비 없이 있다가 갑자기 연합군이 상륙하니 우리 군은 우왕좌왕할 수밖에요. 오늘 새벽에 룬트슈테트 사령관이 2개 사단을 노르망디 해안으로 이동하라 명령했지만 국방군 총사령부에서의 허가가 미뤄졌다 합니다. 공격을 받은 뒤인 오후 4시에야 상황이 진행됐습니다. 우리는 명령이 떨어지기까지 갑작스런 공격에 피를 흘리며 동료를 잃어야 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히틀러총통입니다. 아, 히틀러. 나는 이제 그를 총통이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 그의 독선적인 판단이 이런 결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국방군 수뇌부는 연합군이 노르망디 해안을 공격할 것이라고 계산했습니다. 그러나 히틀러가 자신의 직관으로 군사를 파 드 칼레로 배치시켰다는 이야기를 동료로부터 들었습니다. 그 결과 충분한 전력을 갖추지 못했던 노르망디 지역의 나와 내 동료들은 차가운 시체가 되고 부상병이 됐습니다.

산 자에게 남은 것이란 다가올 죽음뿐입니다. 어머니, 이 처참한 지옥의 전투는 독일군 체계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히틀러의 잘못일까요. 제가 지키지 못한 이 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도움: 안토성<군사문제연구소>연구원, 저서 「노르망디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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