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으로 지구정복
치킨으로 지구정복
  • 심소연 기자
  • 승인 2011.05.16
  • 호수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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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치킨을, 이정규<더후라이팬> 대표

병아리, 비상을 꿈꾸다


이정규 대표는 중학생 때부터 취업보다 창업을 꿈꿨다. 하나 둘 나이를 먹어가며 친구들의 꿈이 공무원, 회사원으로 정형화 돼가고 있을 때 그는 창업의 꿈을 놓지 않았다.

“하나의 꿈을 마음먹는 것보다 그걸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게 힘들었어요. 새로 나타나는 꿈들이 먼저 있었던 꿈을 뒤덮으려고 하잖아요. 연극, 미술,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고민도 있었지만 결국엔 창업을 하는 것에 관심을 쏟게 됐죠.”

홍대 산업공학과를 다니면서 그는 친구 4명과 창업 소모임을 형성했다. 그리고 요리비법과 창업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전국 방방곳곳의 유명한 음식점들을 찾아다녔다. 할머니가 손수 만든 구수한 된장찌개가 일품인 마방집, 약국을 하다가 파스타 가게를 차린 강 아저씨의 강약쿡. 시간만 넉넉하면 8시간 넘게 인터뷰도 할 수 있다는 그의 열정은 대단해보였다.

“알바를 하든 학교 땡땡이를 치고 여행을 가든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좋아요. 대학생 때 친구들끼리 점심을 먹다가 ‘야, 엠티 갈까?’ 그러면 바로 갔어요. 아무 준비도 없이. 늘 가던 강촌 할머니 집에 가서 커다란 솥에 닭죽을 가득 끓여서 동네 주민 분들과 나눠먹곤 했죠. 경험도 되지만 좋은 추억이 남는 것 같아요.”

경험을 쌓고 사람들과 부딪치며 그는 꿈꿔오던 창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나갔다. 우선은 창업자금 마련과 관련지식이 필요했다. 대학교에 재학중인 상태였지만 여러 프랜차이즈 업계에 지원했다. 그는 항상 자기소개서 말미에 글을 적었다. ‘면접 때 떨어뜨리셔도 늦지 않습니다.’ 이력이라곤 한식요리사자격증과 논문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기록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합격했다. 적어도 서류전형은 통과했다.

“요즘 학생들이 취업고민 많이 하잖아요. 이것만 확실하게 있으면 100% 취직할 수 있어요. 돈과 배지 이외에 그 회사에 취직해야하는 이유. 회사에 지원하는 애들은 다 똑같아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 그래서 인사담당이 스펙을 따지는 거예요. 다 똑같으니까. 영어점수 조금이라도 더 높고 자격증 많은 애를 뽑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런 것 없어도 뽑히는 애들이 있어요. 그건 인사팀의 실수가 아니라 보배를 찾은거에요.”

그는 대학교 3학년 때까지 회사를 다니며 마케팅 팀장까지 맡았다. 그 때 마련한 창업자금 2천500만원으로 그는 홍대에 치킨전문점 ‘비어큐브’를 마련했다.


치킨, 지구정복을 꿈꾸다

누구나 그렇듯 그의 첫 출발도 평탄치만은 않았다. 심할 땐 하루 매상이 2만원인 날도 있었다. 동고동락하던 직원들에게 제대로 월급을 챙겨주지도 못했다.

“저희 직원이 오픈하고 처음으로 받았던 연봉 300만원. 엄청난 적자였죠. 그때 직원 4명이랑 쪽방에서 지냈었는데 겨울이면 밥그릇에 뒀던 물이 얼어있었어요. 추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잤었죠. 그런데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끝까지 남아준 동료 직원 덕분이에요. 나 같은 놈이랑 그 고생을 하는데, 1년 동안 희망이 안 보이는데도 믿음으로 남아준 게 저보다 훨씬 훌륭한 것 같아요.”

그 때 함께했던 직원 4명은 지금도 회사의 중역으로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와 동료들의 노력에 보답을 하듯 11개월 후엔 손님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어 비어큐브는 ‘더후라이팬’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지금 180여 개의 점포로 확장했다.

“기업을 위해선 단기수익보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먼저 생각해야해요. 한 달에 180여 명의 분들이 창업신청을 해주세요. 하지만 한 달에 3점 이상은 안 해드려요. 물론 신청이 들어오면 저희야 좋죠. 한 달에 십억도 벌 수 있어요. 하지만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려는 것은 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어요. 꿈꾸다가 ‘내 십억!’ 하면서 깨기도 하지만(웃음).”

그의 회사명은 ‘H&P System’.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뜻한다. ‘감성을 이해하는 고객들에게 재치와 공감을 전달하는 대학교처럼 되고 싶다’는 그의 가치가 잘 담겨있다. 그는 기업이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세상 속에서 그의 꿈은 이상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는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보배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꿈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은 알아도 그 꿈을 정하는 법은 잘 몰라요. 길 가던 이상형의 이성이 먼저 말을 건네는 경우는 드물죠. 꿈도 똑같아요. 가만히 앉아 있으면 변하는 건 없어요. 자기가 먼저 말을 걸어야 해요.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관련분야를 찾아보고 도전해보고. 떨어져서 무안해도 뭐 어때요. 지금 놓친 기회가 평생 안 올 기회일지도 모르잖아요”                                                       

사진 박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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