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해봐야죠”
“시작은 해봐야죠”
  • 주상호 기자
  • 승인 2011.05.16
  • 호수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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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보다 모험, 노정석<아블라컴퍼니> 대표

일단 시작하기


현재까지 많은 사업을 운영해온 노 대표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했어요. 성격상 그런 것 같더라고요. 제가 한군데 빠지면 그것만 보고 딴 건 다 안하거든요. 그래서 성적표를 보면 A나 D로 가득 차있죠”

그의 성격은 레이스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노 대표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는데 때마침 우리나라 처음으로 아마추어 레이스 대회가 열렸다. 첫 회여서 그런지 전국의 실력 있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당시 노 대표는 가끔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내던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주변에서 이건 동네경기가 아닌데 네가 왜 참가 하냐고 했어요. 그래도 저는 꽂혔기 때문에 참가했죠. 당장 레이스 경기장으로 달려갔어요. 각 레인에 서서 세 시간씩 꼼짝않고 전문 레이서들의 움직임을 분석했어요. 어떤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밟는지, 엑셀은 어느 시점에서 밟는지 하나하나 모두 익히려 노력했죠.”

1등이었다. 덮어놓고 시작했던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불러왔다. 노 대표는 창업도 똑같다고 말한다. 우선 창업을 결심했으면 주변 시선에 상관없이 ‘시작’을 권한다. 창업의 길에 들어서면 학교 공부와는 또 다른 많은 점을 배워야 하는데 우선 시작하고 집중하면 부딪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 친구들도 사업을 할 거라고만 계속 말을 해요. 근데 절대 회사는 안 나와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죠.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에요. 요즘 대학생들은 정형화된 틀에서 학교에서 수능공부하고 대학교가서 스펙을 쌓아요. 그런데 똘똘한 척만 할 줄 알지 본질적인 문제 해결력은 없어요. 이럴 바에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일찍 시작한다면 더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겠죠”

그의 선택은 ‘보안’이었다. 카이스트 내 보안동아리 ‘쿠스’의 회장을 지내기도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보안 분야의 전문가가 됐고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대학교 4학년 때 인젠이라는 회사로 출발했다. 당시 10년 위의 선배들과 보안업체를 만들어 그는 엔지니어의 역할만 담당했다.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당시 인터넷 사업은 수익모델이 명확치 않았는데 보안만큼은 수요나 수익모델이 확실했어요. 게다가 세상이 딱 원하는 것이었죠. 학교에서도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났죠.”


초심으로 돌아오기

이후 그는 인젠을 상장 하면서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나중에는 인젠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젠터스닷컴을 설립하면서 첫 대표를 맡게 된다. 그러나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아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고 기초적인 것만 설계를 해 미국에 팔려 했으나 이도 실패하고 말았다.

“첫 번째 회사를 상장하고 나니까 제가 똑똑한 줄 알았죠. 제가 하면 다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미국에 가니까 아니더라고요. 한국에서도 잘 안됐어요. 그 때 팀을 깼어요. 돈 다 나눠주고.”

그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초심이 부족했다고 말한다.

“돈을 많이 벌면 자기가 확 올라가는 것 같잖아요. 뭔가 대단한 일을 해야 할 것 같고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만 밖에서 사람들이 대우해줄 뿐이에요. 이런것을 잘 극복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그런 것에 도취돼서 얼마 못가요.”

이어 그는 말한다. “아무것도 없이 월급 50만원 받으면서 회사 사람들과 즐거울 때, 그 때 마인드를 기억하려고 애써요. 처음에 그 느낌이 뭔지 저도 잘 몰랐는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초심, 그거는 바로 꿈이라고. 대학생 때 그렇잖아요. 술 마시면서 내가 세상을 위해 뭐를 해야 할까. 아무것도 없는데 가슴은 두근두근 뛰는 천둥벌거숭이 시절의 느낌 있잖아요. 제가 살아보니까 그게 초심이더라고요.”

이력을 보니 정말 그는 자주 새로 시작했다. 이후에도 그는 구글 코리아에 입사했다가 창업계로 돌아왔고 태터엔 컴퍼니를 거쳐 현재 아블라 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다시 도전하는 청춘에게 강조한다.

“현재 SNS가 강화되면서 생긴 나쁜 버릇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바라는 점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을 굉장히 많이 신경 쓰게 되요. 그런데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시고 솔직하게 저지르면 좋겠어요. 대학생은 실수가 용납되는 마지막 나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요즘 대학생들은 너무 완벽하려고만 하는 것 같아요. 개성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진 류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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