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독 안에 담근 이야기
김칫독 안에 담근 이야기
  • 박욱진 수습기자
  • 승인 2011.05.15
  • 호수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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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조미료다, ‘짐치독’대표 노광철

CEO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높은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나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 기획에 실린 4명도 마찬가지다. 의식했던 하지 않았던 젊은 시절부터 ‘퍼스널 브랜딩’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성공에 반드시 철저한 계획이 있던건 아니다. 공통적으로 이들에게 배울 수 있는 점은 재지않고 부딪치는 정신, 사람의 중요성이다. 꼭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인생에서 두고두고 기억해 둘만한 것들이다.

스물넷 배추도사


노광철씨는 건국대학교 전기공학과에 다니는 학생이다. 학생, 청년이라 불리는 것이 더 어울릴 나이지만 사실 그는 수제김치업체 ‘짐치독’의 사장이다. 그는 군복무 시절 군납용 김치에 기생충알과 쥐의 머리가 들어있다는 신문기사를 접하고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김치를 만들자는 생각에 김치사업을 시작했다.

“김치는 어느 가정 식탁 위에나 올라오잖아요. 그런데 직접 김장하시는 분도 줄어드는 추세고 이윤만을 위해 장사하시는 분들 때문에 식품가공업의 인식이 나쁜 쪽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했어요. 그래서 김치라는 소재로 창업을 했고요. 더불어 단편적인 문화보다는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한류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 김치사업을 시작했어요.”

‘짐치독’은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김치를 만들고자 하는 그의 바람에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방부제나 화학조미료는 일절 첨가하지 않는다. 김치에 들어가는 고추도 직접 운영하는 농장에서 생산되는 것만 사용한다.

“솔직히 김치 맛은 그게 그거거든요. 저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거래하시는 분들이나 고객들께도 신뢰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많은 이윤을 남기지 않더라도 최고의 김치를 만들려면 최고의 재료를 사용해야한다는 철칙으로 항상 좋은 재료를 구하고 있어요.”
 

신뢰로 숙성된 청춘

학생이라는 신분은 확실히 사업을 하기 좋은 조건은 아니다. 학업도 병행해야 하고, 사회경험도 부족하다. 당연히 자금도 충분치 않다. 믿을만한 것은 열정과 두 다리밖에 없다. 젊은 친구가 대견하다는 응원도, 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나 할 것이지 건방지게 사업을 벌인다는 비아냥도 들었을 것 같다.
누구에게나 고비는 찾아온다. 하지만 그 고비를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고비들이 많았죠. 배추파동도 있었고 납품을 해놓고 돈을 못 받은 적도 있어요. 그래도 그 때마다 헤어 나올 구멍도 하나씩 있었던 것 같아요. 좌절하기 전에 멈춰서 조금만 생각해보면 더 큰 기회를 잡아올 방법이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떠한 일에는 만족과 그만큼의 기회비용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분명 노대표도 사업을 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

“사업을 하면서 얻는 것도 사람, 잃는 것도 사람이었어요. 사업을 하다보면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힘들었던 시절이 꽤 있었는데 사람들이 저를 대하는 눈빛이 다 달랐어요. 절 비웃고 손가락질하며 떠났던 사람들도 있고 오히려 더욱 힘이 되어주었던 사람들도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잃었던 사람들 보단 얻은 사람들이 더 소중한 것 같아요.”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라

남들은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소위 스펙 쌓기를 하며 같은 색으로 물들어 갈 때 남다른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고 있다.

“전 사실 가지고 있는 자격증이 운전면허증 밖에 없어요. 남들처럼 자기 이야기 없이 자격증을 따는 그런 취업 위주의 문화가 싫었어요. 이십대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을 놓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냥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언젠가 제 이야기로 책을 쓰는게 꿈이에요.”

수익이 목표가 아니어서 그런지 그는 작년 얻은 수익으로 다시 어려운 이웃에게 김치를 담궈 보냈다.

“원래 공부를 하기위해서 시작한 사업이라 별 부담은 없었어요. 나중에 전기공학 CEO가 되고 싶어요. 레드오션인 김치업계에서 해낼 수 있으면 제 전공 분야에선 더 잘할 수 있겠죠.”

명문대를 졸업하고 어학성적이 높고 해외유학을 다녀온 것이 인재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획일화 되어가는 인재의 물결 속에 이십대들은 점점 자신의 이야기를 잃어간다. 그가 마지막 한마디를 보탰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1%는 이십대라고 생각해요. 마이크로소프트도 트위터도 다 이십대가 만들었어요. 우리들도 대졸 후 취업이라는 수순에 편승하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소재를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손가락질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꾸준히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다보면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믿어요.”

사진 심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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